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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쿨투라4.0

관행, 조영남 vs 이세돌 vs 언론

<10> '잘못된'과 궁합을 맞춘 ‘관행’의 시대는 썩는 내 진동하는 사회

신혜선의 쿨투라4.0 머니투데이 신혜선 문화부장 |입력 : 2016.05.27 07:32|조회 : 39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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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영남(사진 왼쪽)이 대작 논란에 휩싸였다. 조영남은 &quot;미술계 관행&quot;이라고 말해 논란을 증폭했다. 이세돌 9단은 프로기사회 내부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9단은 &quot;개선이 없으면 별도 기사회를 만들수도 있다&quot;는 강경한 입장이다.  /사진=이기범 기자(왼)/사진제공=구글
가수 조영남(사진 왼쪽)이 대작 논란에 휩싸였다. 조영남은 "미술계 관행"이라고 말해 논란을 증폭했다. 이세돌 9단은 프로기사회 내부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9단은 "개선이 없으면 별도 기사회를 만들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사진=이기범 기자(왼)/사진제공=구글
오래전부터 행해오던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은 비일비재다. 미풍양속이라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 아름답다면 지키고 이어가야 하는 게 타당하다. 문제는 타파해야 할 것들조차 “원래”라는 이름으로 끈질기게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관행’을 유행어로 만든 가수 조영남씨부터 보자. 조영남의 그림 유통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화랑에 따르면 1호(엽서 크기) 크기의 그림 실거래가는 20만~30만 원이었다고 한다. 10호면 최소 200만 원 전후의 가격이 책정된다. 이렇게 큰 그림을 '관행대로' 그리도록 하고, 10만 원 남짓을 줬다니. 실은 '노동착취의 관행'이다.

조력자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그것은 공개해야 마땅하고 타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었다. 미술계에 암암리에 그런 비양심적인 일이 행해지고 있다면, 고발하고 뜯어고쳐야 할 분명히 잘못된 관행이다.

바둑계에서는 어떤 관행을 깨부수겠다는 이가 나왔다. ‘쎈돌’ 이세돌 9단이 프로기사회 탈퇴를 선언했다. 그는 “개선되면 좋지만 그럴 가능성이 낮아 새로 기사회를 조직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도대체 친목을 도모하는 수준의 조직에 어떤 관행이 있길래 이세돌이 새 조직을 만들 가능성까지 언급한 걸까.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하나는 상금에 대한 일괄 공제다. 기사회 정관상 상금을 받으면 3%에서 많게는 15%까지 공제한다. 같은 프로기사라 해도 실력이 다르고 출전 성적이 다르다. 결국, 통상 모임에서 재력이 되는 '회장단'이 구성돼 재정을 도맡는 것처럼 성적 좋은, 실력 좋은 기사들이 기사회 재정을 책임지는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퇴직금마저 같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퇴직금은 근무기간과 연봉으로 조직 내에서도 다르다. 그런데 금액이 같다. 그렇다면 그리 불러선 안 된다. 친목단체에서 퇴직금이라는 명칭은 적합하지 않다. 은퇴위로금이나 전별금 정도가 맞지 않나. 특히 실력 있는 기사들의 부담이 큰데 이바지한 정도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게 합리적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둑 보급인 발전을 위해 썼는지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이세돌의 발언을 들으니 재정운영조차 투명하지 않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세돌이 이 보다 두 번째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는 듯하다. 기사회를 탈퇴하면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정관이다. 맘에 안 들면 기사회를 탈퇴하면 그만인데, 그렇게 못 하도록 장치를 만들어 둔 셈이다.

올 초 뜨겁게 달군 ‘알파고’와 대국. 만일 이세돌이 기사회 소속이 아니었으면 알파고와 대전은 불가능했다. 한국기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일한 바둑 기구다. 구글은 한국기원에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을 의뢰했다. 친목단체의 구속력이 이 정도라면 이는 친목단체가 아니다. 이번 상황을 바라보는 바둑계는 착잡한 심정이 읽힌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이세돌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제공=공동취재단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제공=공동취재단
이런 관행들이 특정 분야에만 있을 리 없다. 판사나 검사들이 변호사가 된 후 받는 ‘전관 예우’는 관행 정도가 아니라 지켜야 할 법같다.

우리 언론도 자유롭지 않다. 2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다. 명동성당 홍보실에 교황의 공식 일정과 성당의 브리핑 일정 등을 요청했다. 그럴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유는 ‘종교기자단에서 기자단에 가입한 매체에만 자료를 주도록 했다’는 것이다. 당시 통화한 수녀 한 분은 “우리들의 권한이 아니라 기자단의 결정사항이고 관행”이라며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가장 낮은 곳에 임하는’ 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교황을 칭송하는 기사를 쏟아내는 기자들의 이율배반적 행위에 기가 막혔다. 애꿎은 명동성당 신부님, 수녀님을 ‘괴롭힌’ 덕인지 하루 후 그 관행은 바뀌었다. 교황 관련 일정은 모든 이들에게 공개됐다.

돌이켜도 부끄럽고 한심한 일 아닌가. 언론계의 이 같은 비합리적인 관행은 한둘이 아니다. 1차 책임은 기자들에게 있다. 하지만 정책을 국민에게 전달하고, 그것을 돕는 기관의 역할은 없을까. 특히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라면 얘기는 또 다르다.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는 정부나 기관, 기업에서 ‘기자들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모른 척할 일이 절대 아니다.

하긴, 고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실에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서 담합하는 구조”를 대놓고 비판하고 대안을 만들라는 지시를 해 ‘진보 언론’으로부터도 강한 반발을 샀다. 하지만 당시 나는 속이 시원했다. 교황 방문 예처럼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기자단 안에서 관행으로 행해지는 나쁜 일들이 적지 않아서다.

관행은 이미 ‘잘 못된’ 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단어가 됐다. 사회 곳곳에서 썩은 내가 진동하는 이유는 없어져야 할 관행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관행을 유지하고자 하는 기득권 세력이 그 냄새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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