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 '국전'의 기치 '벽전'을 아십니까…50여년 화업 김봉태의 '화두'는 '도전'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김봉태 작가.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젊은 시절 나는 세상에 대한 도전 정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나 자신에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것들을 찾는 여행을 계속 하려는 것이지요."

'물감으로 빚은 조각'의 주인공 김봉태 작가(79)가 여전히 새로운 예술의 영토를 개척하려는 마음가짐을 비추며 한 말이다. 그는 원색을 머금은 기하학적 형상들로 조형의 본질에 천착한 화가이자 조각가다. 한국 미술계를 주도해 온 모노크롬(단색)의 화법을 따르지 않고 색, 선, 면과 같은 본질적 조형 요소로 독자적 예술세계를 일궈온 '왕년의 혁명가'다.

4·19혁명이 일어난 1960년. 그는 당대 작가들의 등용문인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가 열리던 덕수궁 바깥 돌담에다 그림을 걸었다. 그가 창립 멤버로 이름을 올린 '1960년 미술협회'가 반(反) 국전을 기치로 내걸고 개최한 '벽전'이다.

국전의 보수성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열린 '벽전'의 기저에는 기존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비판의식도 함께했다. 화단의 독보적 등용문이었던 국전과 동시에 열린 ‘벽전’은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화단에 화제를 몰고 왔다.

"벽전 이후 파리 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하고, 제3회 조형미술협회 학회 참석 차 미국 뉴욕에 갔다가 유학에 대한 욕심도 생겼지요. 미국을 간 차에 마침 잘됐다고 하여 대학원에 눌러앉았습니다. 그때 대학원 근처 목공소에서 본 나뭇조각들에서 단순한 조형 언어가 지닌 아름다움을 느낀 거지요." 나뭇조각들은 그에게 ‘간결한 형태가 소통에 더 좋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 동시에 묘한 불안감도 안긴 매력적인 소재가 됐다.

김봉태는 유학시절 세계 원시 미술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되면서 원색을 머금은 간결한 조형물로 그 만의 독창적 예술 세계를 다듬기 시작했다. 조각‧회화를 넘나들며 평면과 입체 작업을 아우른다.

그가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 현대미술 작가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선정되며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2014년 이건용, 김병기, 2015년 황용엽 전에 이어 '한국 현대미술 작가 시리즈' 회화 부문 네 번째 전시로, 1960년대 이후 50여년 그의 회화·조각 등 대표작 100여점이 선보인다.

1937년 부산 출생인 김봉태는 1961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1967년 미국 오티스 미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회화 전공‧조각 부전공)했다. 전시는 5월 25일부터 7월 10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