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익숙한 '늑대문화', 中 화웨이는…

중국의 화웨이가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를 상대로 미국과 중국 법원에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중국기업이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화웨이는 중국 법원에도 동시에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을 겨냥한 '갤럭시 C' 출시를 앞둔 가운데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졌다.


사실 화웨이는 국내 소비자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중국 스마트폰의 위세가 강해졌지만 국내에 출시된 화웨이 스마트폰은 'Y6' 등 3종 뿐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매출 70조원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통신장비 1위 기업이다. 불과 몇 년만에 애플에게 기술사용료를 받은 기술주도형 기업이 된 비결이 뭘까.

화웨이의 기업문화는 '늑대'로 요약된다. 시장의 흐름을 포착하는 민감한 후각과 불굴의 진취성, 팀플레이 정신이 골자다. 91년 디지털 프로그램 제어 교환기를 처음 개발하면서 화웨이 직원들은 접이식 군용침대를 책상 옆에 두고 밤잠을 설쳐가며 숙식을 해결했다. 지금도 야근과 철야로 대변되는 '텐트문화'는 유효하다. 소위 '헝그리 정신'이 강한 기업문화로 자리잡은 것.

창업자의 개인적 성향도 이런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는 1944년 중국 내륙지방인 구이저우의 안순시 쩐닝시엔이라는 산골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자랐다. 87년 화웨이를 세우기 전까지 중국 인민해방군 정보병과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런정페이 회장의 인민해방군 경력은 화웨이가 미국 시장을 공략할 때마다 두고 두고 발목을 잡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유럽과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가 경쟁입찰에 참가하면 기술요건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경쟁입찰에서 내몰았다.


내년이면 창립 30년. 초기엔 외국 통신제품을 도매했지만 직접 연구개발해 뛰어든 결과 통신장비시장의 주요 경쟁사들을 모두 제쳤다. 특유의 늑대문화와 특허기술 개발자에게 지급하는 파격적 성과급, 매출의 15%에 달하는 R&D 투자 덕분이다.

특이한 점은 컨설팅업체 머서(Mercer)의 제안에 따라 3명의 CEO가 돌아가며 6개월마다 CEO를 맡는다는 점이다. 런정페이 회장의 지분은 1% 안팎에 불과하고 나머지 지분은 화웨이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배후에 있는 것이 아니냔 의혹도 제기됐다.

화웨이의 급성장 요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경쟁사와의 협력이다. 화웨이는 2003년 하반기부터 지멘스, 노던텔레콤, 알카텔 등의 기술특허를 유상으로 공유하는 내용의 합의서에 차례로 서명했다. 이는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기본자격을 얻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간 일대일 파트너십을 통해 우호적 관계를 설정하면서 화웨이에 대한 경쟁사의 견제도 느슨해졌다"며 "삼성전자와도 같은 맥락에서 크로스 라이센스 계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