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드러낸 '중국의 늑대', 삼성에 특허 침해소송

'중국의 늑대' 화웨이가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기업이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미국과 중국 법원에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삼성전자가 자사의 4세대 이동통신 업계 표준과 관련된 특허 11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허침해 대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지는 세부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해당기술 중 일부는 특허사용료를 내고 사용할 수 있는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ion)로 분류된다고 화웨이는 밝혔다.

딩 지안싱 화웨이 지적재산권 부문장은 "화웨이는 다른 특허 보유기업들과 수년간 크로스 라이센스를 체결해왔고 스마트폰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동종업체들끼리 협업과 혁신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도 화웨이의 R&D 투자를 존중하고 특허 침해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크로스 라이센스' 노린 늑대의 반격, 적반하장?


업계에선 화웨이의 특허침해 소송이 제품 판매금지로까지 번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크로스 라이센스 체결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앞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소송이 물러설 수 없는 전면전 성격이 짙었었다면 이번엔 화웨이가 필요한 삼성전자의 특허기술을 이용하겠단 의도가 강해 보인다.

실제로 화웨이 관계자는 "애플, 퀄컴 등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과 크로스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해왔는데 삼성전자만 빠져 있다"며 "서로 각자가 침해한 기술은 인정하고 이번 기회에 털고 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이번 특허 침해소송 관련 비밀유지협약(NDA)를 맺었다. NDA는 기밀 물질 혹은 기술을 양사 간 공유할 때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맺는 법적 협약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맞소송 등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이날 안승호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쪽(화웨이)에서 소송을 걸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냐"며 "맞소송이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글로벌 IT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깔리는 통신기술에서의 우위를 지렛대 삼아 삼성전자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핵심기술을 사용할 권리를 얻어내겠다는 계산일 것"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기업이미지나 브랜드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화웨이로선 손해볼 게 없는 싸움"이라고 밝혔다.

화웨이의 TDD 통신장비

◆"세계 1위 삼성 스마트폰 누른다"… 화웨이의 야욕

화웨이는 통신장비 시장에선 이미 노키아와 에릭슨을 누른 글로벌 1위다. 화웨이의 저가 공세에 캐나다에선 이미 통신장비업체 노텔이 파산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 통신장비를 공급하며 안방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문의 매각설이 끊임없이 제기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화웨이 'P9플러스'

화웨이는 여타 중국기업들과 달리 기술력에서 밀리지 않는다. 세계 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는 특허 신청 건수가 3898건에 달해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퀄컴, 중국의 ZTE가 뒤를 이었고 삼성전자는 4위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특허 신청 건수는 화웨이의 절반이 채 안 된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의 15%인 10조원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전직원 17만6000명 중 7만9000명이 R&D 업무에 종사한다.

화웨이의 야욕은 통신장비 1위에 이어 스마트폰 1위로 향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44% 급증한 1억800만대를 기록, 세계 3위를 공고히 했다.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도 높다. 아직은 중가 스마트폰 출하량이 많지만 플래그십 모델인 '메이트 8'의 경우 출시 3개월 만에 300만대가 출하됐다. 핀란드에서는 최근 애플을 제치고 시장 2위를 차지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통신 인프라 면에선 화웨이가 압도적이나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핵심부품들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독보적 기업"이라며 "삼성전자를 꺾고 1위로 올라서려면 반드시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특허 침해소송의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