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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화가' 조영남, 보고 그리는 방법은 알았나

사물의 재현·해석이라는 데생 능력에 의문

현장클릭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입력 : 2016.05.25 15:26|조회 : 45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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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사진=뉴시스
조영남. /사진=뉴시스
"이 할아버지는 대체, 어떻게, 이렇게, 잘, 그릴까."

기자가 10년 전 학창 시절, 서울 종로에서 한 노인이 좌판에 펼쳐 놓은 초상화 샘플들을 보며 든 생각이다. 흔한 거리의 초상화 너머 여느 극사실주의 작품과 견줘도 탁월하게 실물을 옮긴 듯했다. 이 그림을 자기가 그렸다는 노인은 어떻게 그렸는지 묻는 끈질긴 질문에 견디지 못하고 뜻밖의 말을 했다.

"이거 사진인데요…. 사진을 출력한 다음 붓 터치만 위에 살짝 올려 그림 같아 보이게 한 거예요."

조영남(71)은 종로 빌딩 숲에서 노인을 보며 기자가 느꼈던 허무함 같은 것을 대중에게 던졌다. 아니 허무감을 넘어 화가에 대한 신뢰를 짓밟았다.

화투를 그리는 조영남이 사물의 재현과 해석이라는 화가의 기본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마저 일었다. 그와 친형제처럼 친했다는 화가 송기창(61)이 한 언론과 인터뷰 도중 '조영남의 데생 능력이 약하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영남이) 어려운 것만 시킵니다. 형(조영남)이 할 수 없는 것, 화투 한 작품에 담긴 꽃다발처럼 디테일이 필요한 부분들이 그래요. 형의 데생 실력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송기창)

데생 실력은 곧 사물을 화면에 재현하고 해석하는 화가에게 당연시되던 고전적인 소양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전문가는 대작 논란 이후 "조영남이 기초적으로 무엇을 보고 해석해 캔버스에 옮기는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다.

조영남의 2009년작 아크릴화 병마용갱.
조영남의 2009년작 아크릴화 병마용갱.
조영남은 회화과가 아닌 성악과 출신이지만, 40여 년 간 화업에 틈틈이 힘을 쏟았다고 말해 왔다.

심상용 동덕여대 교수는 "미술대학 출신과 그렇지 않은 경우 그림을 보면 차이가 존재한다"며 "기초적인 명암법, 원근법과 같이 독학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접근 방법들에 있어 일반적으로 미대 출신이 강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술이 기본적으로 사물을 재현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재현의 능력이나 묘사와 같은 부분은 단순히 고전적인 척도에 속하고, 더 이상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는 시각도 많다. 다만 일반인이 화가에 대해 갖는 통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고전적 능력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것이 바로 조영남에 대한 실망감을 키운 배경이 된 것이라고 미술계는 보고 있다.

심 교수는 그러나 미술에서 사물을 재현해 그리는 능력이 예술성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잣대는 아니라고 말했다. 창의성이나 표현의 독창성이 지금 시대에는 미술의 기능보다 우선시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홍경한 평론가는 "자료화면을 통해 대조한 조영남의 그림을 보면 조영남이 아예 못 그리는 수준도, 그렇다고 잘 그리는 수준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동시대 미술에서 이런 기능적, 이분법적 관점보다 창의성에 대한 주목이 필요한데, 수십 년간 화투를 소재로 하면서도 조형 요소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제자나 신예 작가를 동원해 자기 작업의 조수로 삼는 유명 화가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단순 작업에 조수들이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미술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데생 실력이 부족하다고 조수가 폭로한 사태는 전대미문일 것이다. 세간의 시비와 의혹에 맞서 조영남이 나서 보다 그럴듯한 해명을 할 수는 없을까. 왜 그림을 그리지 않았는지 화단도 대중도 납득할 만한 자신만의 논리를 당당히 제시할 수는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면, 종로 좌판에서 가타부타 말없이 초상화를 내건 노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인물로 기억될 수도 있다.

‘대작 논란’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은 2009년에 조영남의 화풍이 주로 화투장을 직접 화폭에 옮겨 붙이는 ‘콜라주(collage)’ 기법에서 캔버스에 직접 그려 묘사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송기창이 조영남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한 시점과 일치한다.

검찰은 대작을 통해 그의 작품 10여 점이 판매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관계자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조영남을 소환할 예정이며 사기죄나 저작권법 위반과 같은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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