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GDP통계 신뢰성 하락…한계점 보완할 것”(종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현행 국내총생산(GDP) 통계의 한계점을 지적하면서 향후 추정방식을 개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총재는 25일 오전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최근 품질 차별화가 가능한 서비스업 비중 증가, 디지털 경제 확대로 GDP통계 신뢰성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며 “향후 인터넷 빅데이터 활용 등을 통해 GDP통계 추정방법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GDP 0.1~0.2%포인트 차이가 과연 어느 정도 의미를 갖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지난 4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전망치인 2.7%와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전망치인 2.6%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1%로 아직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지 특집기사를 인용해 기존 GDP통계가 지닌 한계를 지적했다.

예컨대 강의료를 내고 학원 강의를 듣는 대신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YouTube)를 통해 무료강의를 들을 경우 효용가치가 더 높지만 GDP는 오히려 하락한다.

또한 우버택시나 에어비앤비 등도 편의성이 높지만 일반택시와 호텔을 사용하는 것보다 GDP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밖에도 온라인 쇼핑, 인터넷뱅킹 서비스도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지만 이로 인한 시설 투자 감소로 GDP는 오히려 축소된다.

이 총재는 “GDP통계가 가진 이런 한계점들은 4차 산업혁명 도래와 함께 더 확대될 것”이라며 “앞으로 한은도 GDP통계 한계점을 보완하고 신뢰성을 제고하는데 부단히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터넷 빅데이터를 활용한 GDP통계 추정방법 개선 △생활수준을 보다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 개발 등을 제안했다.

이 총재는 “과거와 달리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부분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GDP숫자의 이면에 있는 의미까지도 면밀히 읽어내는 역량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국내외 경제동향과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경제심리 및 내수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으나 회복세가 미약한 만큼 향후 경기흐름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경기적 실업과 구조조정에 따른 구조적 실업은 발생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정책대응도 달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청년실업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또한 최근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밑그림을 그린 뒤 이를 토대로 정부와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손실분담 및 동참 하에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이 총재를 비롯해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전성인 홍익대 교수, 최강식 연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