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동성결혼 현행법상 불허, 국민의견 수렴해 국회서 결정해야"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가 손을 잡고 있다. / 사진 = 임성균 기자

법원이 남성 동성커플인 김조광수 영화감독·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가 제기한 '혼인신고'에 대해 "현행법 체계상 동성 간의 결합을 혼인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 이 같은 사회문제는 국민 의견을 수렴해 "국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서부지법(이태종 법원장)은 김조광수 커플이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낸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결정을 담당한 이 법원장은 "시대·사회·국제적으로 혼인제도를 둘러싼 여러 사정에 변화가 있더라도, 법적 조치가 없는 현행 법체계에서 동성 간의 결합을 법률상의 혼인으로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결정 취지를 밝혔다.

결정문에 따르면, 현행법상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을 가리키며 사회나 국가제도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혼인은 가족구성의 기본 전제가 되고,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기초가 될 뿐 아니라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한 결합'으로 해석할 순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이 법원장은 "혼인을 당사자의 성별을 불문하고 두 사람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결합으로 확장해 해석할 수는 없다"며 "일반 국민들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별도의 절차나 조치 없이 동성 혼인을 받아 들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선 단순히 법원의 판결이 아닌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법원장은 "법의 역할이 소수자의 권리보호에 비중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 부부 공감이 가고 안타까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설정된 한계를 넘어설 수 없고, 오히려 다른 문제점을 낳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사회적 문제는 일반 국민의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 신중한 토론과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입법적 결단을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조광수 커플은 2013년 9월 결혼식을 올리고, 12월 혼인신고서를 관할 구청에 제출했다. 구청은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법체계를 근거로 '신고불수리' 통지했고, 이들은 불복해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에 대한 정정을 법원에 신청했다.

이번 결정에 불복할 경우, 김조광수 커플은 항고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민사 소송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