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흡입독성 실험 왜 안했나…檢 "무사안일이 빚어낸 참극"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 유리벽/사진=뉴스1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시작한 시점에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했지만 실제로 벌이지 않은 것을 두고 검찰은 "무사안일이 빚어낸 참극"이라고 말했다.


25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에 따르면 옥시는 2001년 레킷벤키저에 인수될 당시 대표이사가 바뀌고 연구소가 통폐합되는 등 혼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당시 수장은 신현우 전 대표(68)였다. 신 전 대표는 인수과정에서 잠시 회사를 떠났는데 독성실험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레킷벤키저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신 전 대표 후임으로 왔던 F씨가 두 달 만에 대표 자리에서 사직하며 신 전 대표는 복귀했지만 실험은 이후에도 진행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신 전 대표가 '이제와서 실험할 필요가 있나'하며 그냥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옥시는 2000년 10월19일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처음으로 생산했고 판매를 시작한 뒤 1개월이 지난 시점에 흡입독성 실험에 대해 알아봤다고 한다. 그해 11월 미국 레베코연구소에 급성 흡입독성 실험을 문의했고 이듬해 1월에는 영국의 세이프팜연구소 문을 두드렸다.


옥시는 두 연구소로부터 실험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실제로 벌이진 않았다. 자금을 아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고 신 전 대표의 자리 보전을 위한 일 아니었냐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실험비용은 800만원에 불과했고 신 전 대표는 당초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했던 사람이었으므로 검찰은 이런 이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제품 제조·판매 책임자들의 무관심과 무책임, 무사안일한 태도가 겹쳐져서 빚어진 일"이라고 결론 내렸다.

옥시는 제품 출시에 앞서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흡입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경고를 들었지만 이를 무시한 정황도 드러난 상태다. 세계 최초 가습기 살균제 제품인 SK케미칼(당시 유공)의 '가습기메이트'를 개발한 노모씨가 옥시 선임연구원으로 있던 최모씨(구속)에게 독성 실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권고는 윗선에 보고됐지만 책임자들이 이를 흘려 들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옥시가 독일의 한 유명 화학회사 부설연구소 소속 볼프 교수의 독성 실험 경고도 무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옥시 제품 '제조·판매' 과정에 대한 수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신 전 대표 이후 대표를 지냈던 존 리 전 대표(48·한국계 미국인)를 지난 23일 불러 조사했고 재소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거라브 제인 전 대표(47·인도 국적)와도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제인 전 대표는 옥시의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