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생사결정 시작됐다.. "STX조선, 법정관리 불가피"

STX조선해양의 운명이 법원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2013년 4월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지 3년여 만이다. 채권단은 그동안 4조500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수주절벽’을 넘지 못했다. 채권단이 이달말 법정관리를 신청해 법원의 회생절차가 진행되면 늦어도 9월쯤에는 STX조선을 살릴지, 청산할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2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회의를 열고 “추가 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우 경제적인 명분과 실익이 없으며 회사도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STX조선은 채권단으로부터 4조5000억원의 신규자금과 2조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을 지원받았으나 조선업 침체가 지속되며 올 들어 신규 수주가 단 한건도 이뤄지지 않자 또 다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채권단은 STX조선의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재검검한 결과 유동성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외부 진단을 받았다.

산업은행은 “STX조선은 자금 사정을 고려할 때 오는 5월말 도래하는 결제 자금을 정상 결제하기가 곤란해 부도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부족한 자금을 지원하면 채권단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증가하고 상환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밝혔다. STX조선이 내년까지 수주받은 선박을 건조하는데 필요한 부족 자금은 7000억~1조2000억원에 달한다. 해외 선주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가압류에 들어가면 공정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은 이달말까지 채권단 협의회를 거쳐 STX조선의 법정관리 신청을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통상 7일 내에 승인하고 2~3개월 동안 실사를 거쳐 청산가치가 높은지, 계속 가치가 높은지 판단한다. STX조선의 운명은 늦어도 9월에는 확정된다. 수주절벽이 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청산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있지만 협약채권단 외에 모든 채권자의 채무조정과 과감한 인적·물적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생존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진단도 있다.


STX조선의 법정관리 체제 전환 후 52척에 달하는 수주잔량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문제다. 산업은행은 “해외 선주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관련 가압류 등을 추진하고 있어 일부 공정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STX조선의 관계사 및 협력업체들의 생사도 불투명해졌다. STX중공업, (주)STX, STX엔진 등 관계사들은 그룹 해체와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STX조선과 지분 관계가 단절됐지만 거래 관계는 유지하고 있다. 또 STX조선이 협력업체에 미지급한 금액만 5000억원에 달해 법정관리시 이 채권들도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된다.

다른 조선사의 생사 결정도 신속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말까지 구조조정 방안이 확정되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자구안은 더 혹독해질 수 있다. 조선 3사에 대해서는 현재 실사가 진행되고 있어 다음달 말 최종자구안이 나온다.

중소조선사인 성동조선, 대선조선은 이달말까지 진행되는 스트레스테스트(무 안정성평가) 결과에 따라 다음달 초 구조조정 방안이 나온다. 매물로 나온 SPP조선은 이달 안에 SM(삼라마이더스)에 매각될지 여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