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격호 정신감정 받겠다는 확인 받아와라"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16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을 지팡이로 밀고 있다. <br><br>업계와 SDJ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날 재판부 지정 정신감정 병원인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성년후견인 지정을 위한 감정을 받게 된다.

법원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정신감정 협조 확약을 요구했다. 최근 성년후견인 지정을 위한 정신감정을 받던 중 무단퇴원을 한 신 총괄회장에게 '정신감정을 받겠다'는 약속을 SDJ코퍼레이션에 어떤 방식으로든 받아 오라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을 끝내 거부하면 정신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는만큼 성년후견인 지정 가능성이 커진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25일 오후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청구에 대한 4차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입원감정을 거부하고 무단퇴원한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감정과 관련한 향후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

법원은 신 총괄회장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수창 변호사(법무법인 양헌)에 대해 6월27일로 예정된 5차 심문기일까지 입원 외 다른 방법(출장·외래감정 등)으로라도 감정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신 총괄회장의 확약을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문서와 영상 등 방식의 제한없이 신 총괄회장의 본인 확인을 받아오라는 것이다. 확인을 받지 못할 경우 법원의 직권으로 정신감정 없이 제출 자료 등을 기반으로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입원이나 검사를 본인(신 총괄회장)이 지속적이고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며 "재판절차도 중요하기 때문에 본인이 하도록 적극 설득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신 총괄회장이 법원허락을 받을만한 여유없이 퇴원했는데, 당시 자신이 나가겠다고 해서 말릴 방법이 없었다"며 "어떻게 확인을 받아낼 지 설득해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출장과 외래진료 등을 복합적으로 절충한 방식을 시도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중이다"며 "끝까지 (신 총괄회장이) 거부하면 추가적 감정 절차없이 법원직권으로 자료만으로 종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성년후견인 신청자(여동생 신정숙씨)측 법률대리인 이현곤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을 받겠다는 의사가 없으면 서류만으로 성년후견인 절차를 진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변호사는 "정신감정을 받겠다는 (신 총괄회장) 확답이 나오지 않으면 정신감정없이 진행할 것"이라며 "입원했던 사흘간 병원 진료 기록 등 내력과 그동안 제출한 서류 등으로 성년후견인 지정을 법원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정신감정을 다시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일부러 절차를 끌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