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인가 '독식'인가?…브랜드 가구의 '종합' 바람

한샘 잠실 플래그숍

연간 12조원 규모의 인테리아 가구시장에서 치열한 전면전이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 주방가구, 건자재, 침대 등 한 분야에 주력했던 기업들이 앞다퉈 ‘종합가구회사’로의 변신에 나서고 있어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방가구 전문 브랜드로 알려진 에넥스는 올초부터 종합 인테리어가구회사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넥스는 인테리어가구와 사무가구 등을 담당하는 별도의 사업부를 만들어 아이템을 개발하는 한편, 홈 리모델링 체험공간인 '홈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주방뿐 아니라 침실, 거실 등으로 제품라인업을 확대하고, 스페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자체 폼 매트리스 브랜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더나아가 연내 욕실 리모델링 사업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에넥스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최대한 늘리면서 종합가구업체로 변신한 모습을 적극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자재업체인 한화L&C도 별도의 가구 브랜드 '큐치네'(Q’cine)를 출시하며 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주방가구를 비롯해 붙박이장과 같은 수납가구, 욕실가구 등 다양한 인테리어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화L&C는 디자이너 영입에도 나섰다.


한화L&C 관계자는 "인테리어 시트와 주방상판 등을 통해 가구사업 관련해 충분한 노하우를 쌓아왔다“며 "뛰어난 기능과 디자인은 물론 친환경 제품을 통한 안전성까지 갖춘 가구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주방가구 전문 브랜드인 넵스도 사무용가구 등을 내놓으며 사업군을 확장해왔고, 돌침대로 유명한 장수돌침대도 소파형 돌침대인 '쇼베드'를 비롯해 일반 소파, 테이블 등 다양한 인테리어가구를 개발 중이다.

가구업계의 '종합' 바람은 한샘에서 시작됐다. 한샘은 주방가구 중심에서 인테리어가구, 최근엔 생활소품과 건자재사업까지 지속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욕실과 주방 리모델링 서비스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건자재 사업까지 확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본력을 앞세운 이같은 브랜드 가구들의 종합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선 브랜드 가구가 국내 전체 가구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중을 약 30%로 추산한다. 나머지 70%는 지역 거점의 다양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담당한다. 경쟁적 종합화 바람은 결국 관련 중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가구 브랜드가 대형 직매장을 개설할 때 중소상공인들이 반대시위를 벌이는 등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일부 중소 가구제작업체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맡기는 실정”이라며 "이로 인해 일부 기업은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영세 업체들은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