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신세계, 패션 사업 '중국 진출' 본격 궤도

국내 대표 대기업들이 패션 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중국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걸고 올 하반기 도약을 노린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올 1분기 매출 4770억원, 영업이익 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증가, 영업이익 흑자전환하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기록한 영업적자를 간신히 만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같은 기간 매출 2482억원과 영업이익 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 56.4%나 떨어졌다. 지난해 매출 1조원 돌파로 '부진의 늪'을 탈출하는가 싶더니 다시 불안한 성적표를 내놨다.


이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인 삼성과 신세계가 패션 사업에서 쉽사리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진출'이라는 카드를 앞세웠다. 빠른 속도로 외형 확대에 박차를 가하거나(삼성물산)과 소리없이 세를 늘려가는(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의 발판을 다지고 있어 하반기 성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며 삼성이 'K-패션'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왔다. 취임 직후 에잇세컨즈를 비롯해 빈폴액세서리, 구호, 라베노바, 비이커 등 주요 6개 브랜드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몰인 티몰에 입점시키며 중국 진출 서막을 알렸다.

특히 올해는 에잇세컨즈의 중국 진출 첫 성적표가 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이서현 사장이 직접 관여해 론칭했고 중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숫자 8을 브랜드 이름으로 활용할 만큼 탄생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한 브랜다. 오는 9월 중국 내 첫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중국 시장 전용 상품을 출시하는 등의 차별화 전략도 계획 중이다. 또한 명동에는 메가숍 형태의 2호점을 추가로 낸다. 10년 넘게 자리하고 있던 기존 5층 규모의 '빈폴종합관'이 에잇세컨즈 매장으로 전면 리뉴얼된다. 유커들의 쇼핑 필수 코스가 명동인 만큼 본격 진출에 앞서 사전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왼쪽)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여성복 브랜드 지컷(오른쪽)/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중국 상하이 최대 쇼핑몰에 여성복 브랜드 '지컷'의 중국 첫 매장을 열었다. 오픈한 지 2주가 다되도록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은 것이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은둔형 경영' 스타일답다는 해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2011년 먼저 진출한 여성복 브랜드 '보브'의 성장세에 힘입어 계획보다 1년 먼저 진출하게 됐다"며 "소속된 모든 토종 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로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말 글로벌 화장품 ODM 업체 인터코스와 손잡고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하고 지난 17일 경기도 오산에 생산공장과 R&D 센터 착공에 들어가 뷰티 사업 확장에 신호탄을 쐈다. 합병 인수한 코스메틱브랜드 '비디비치'는 올해 초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입점한 중국 온라인몰 'VIP닷컴'에 입점했다. 이미 홍콩에 4~5개 매장을 운영 중인 비디비치는 VIP닷컴을 통해 온라인 입지를 다진 후 중국 본토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한국의 패션 브랜드들이 뷰티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중국 패션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로컬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