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막바지, '성공' 기준은?

김충현 현대상선 CFO와 현대상선 측 마크 워커 변호사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진행된 해외선주들과 용선료 인하를 위한 마지막 협상을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금융당국은 '물리적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30일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이번 주말이 협상의 시한이다.

협상에는 다소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주들이 용선료를 깎아준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얼마나 깎느냐'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컨테이너선사 5개, 벌크선사 17개 등 모두 22곳의 선주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현대상선이 요청한 용선료 인하폭은 평균 28.4%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용선료를 각각 26.0%, 35.0%씩 깎아 연간 약 2000억원을 절감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28.4%는 현대상선과 채권단의 목표일 뿐이다. 실제 인하폭은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당장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현대상선으로선 '28.4% 인하'에 합의가 안된다고 해서 협상을 깰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반면 용선료 인하 폭이 미미하면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충분한 용선료 인하 없는 채권단 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용선료를 얼마나 깎으면 협상을 성공으로 간주할 것이냐다. 채권단은 이미 지난 24일 60%의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안을 결의해 놓은 상태지만 용선료 인하폭에 따라 출자전환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이 조건부 출자전환을 결의하면서 용선료는 빈칸으로 남겨뒀다"며 "협상의 성공여부는 채권단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용선료 협상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목표의 70% 이상만 달성해도 성공으로 봐야 하는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평균 20% 이상만 깎아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채권단 관계자는 "22곳에 달하는 선주들과 협상을 벌여야 하고 선주들도 투자자와 주주가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용선료를 깎아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말 어려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주들도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손실이 막대하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현대상선의 용선료를 깎아줄 경우 한진해운을 비롯해 다른 해운사들의 용선료 인하 요구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부담을 느끼고 있다.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폭에 따른 현대상선의 유동성 상황 등 재무구조 변화에 대한 검토도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상선은 현재 116척의 선대 중 83척을 빌려쓰고 있다. 이 중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비중은 각각 70%, 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현대상선이 선주들에게 지불한 용선료는 9758억원에 달한다. 시가의 160%에 이르는 용선료를 지급하는 상황이어서 용선료를 깎지 않고는 생존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