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여제' 서혜경 "이제는 모차르트 해야할 때라고 생각"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4곡을 담은 DG(도이치그라모폰) 앨범으로 돌아왔다. 다음 달 16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콘서트를 연다. /사진제공=스테이지원

'건반 위의 여제' 서헤경이 이번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집(2010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전집(2012년)에 이어 세번째 피아노 협주곡 앨범이다.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서혜경은 "이제는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모차르트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DG(도이치그라모폰) 레이블을 통해 발매될 이번 앨범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9번, 20번, 21번, 그리고 23번이 담겼다.


피아노협주곡 21번은 그의 오케스트라 데뷔곡이기도 하다. 11살 때 처음 친 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같은 곡을 마주했다.

그는 "모차르트 곡은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릴 때 치든지 아니면 인생을 무르익고 성숙해서 쳐야한다는 말이 있다"며 "나름 성숙해졌고 때가 됐다고 생각해 모차르트 전성기 때 녹음한 피아노 콘체르토 네 곡을 골랐다"고 밝혔다.

그의 모차르트는 조금 느리다. 쉼 없이 이어지는 한 음, 한 음에 고스란히 그의 인생이 담겼기 때문. 연주회를 준비하면서도 두 아이를 어엿한 성인으로 키워낸 고통과 희열, 세계 무대를 누비면서 틈틈이 제자를 양성해냈던 교직 생활의 경험, 여기에 암 투병 경험까지 인생의 굴곡을 오선지에 녹여낸다.


"모차르트 음악이 어렸을 땐 음표도 제일 적고 경쾌하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어보니 모차르트의 음악에 인생이 담겨있더라고요. 매일의 고통, 안타까움, 슬픔이 담겨있으면서도 긍정적으로 이겨내는 음악이죠."

그래서 그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슬픔이 담겨있으면서도 기쁨도 있다"고 한다.

서혜경은 이번 앨범에서 '모차르트 음악 해석에선 최고'라는 평을 받는 노장 지휘자 네빌 마리너 경(Sir Neville Marriner)와 호흡을 맞췄다.

세계 유수의 지휘자,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던 그지만 네빌 마리너와의 녹음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서혜경은 "권위의식이 전혀 없는 데다 절대 저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으셨다"며 "제 스타일을 완전히 존중해줘서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시종일관 "이제 두 아이가 성인으로서 사회에서 훌륭하게 자리잡았다"며 영락없는 '엄마'의 모습을 보이던 그다. 그러나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엄마'도 '교수'도 아닌 오롯이 피아니스트 서혜경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의 목표는 여전히 '피아노의 전설'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천재라도 음악가는 50%만 남기고 죽어요. 나머지 50%는 연주가의 몫이에요. 인생의 삶과 철학, 감정과 모차르트의 아픔을 이해해야 (100%가) 나오겠죠. 지금 때가 됐다는 건, 제가 다시 전설을 목표로 뛰어보고 있다는 거죠"

그는 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 중이다. 우선 다음 달 16일 음악감독 김민의 지휘로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음반에 수록한 협주곡 20번, 21번을 선보인다.

상하이, 홍콩, 일본과 동남아 순회공연도 앞뒀다. 이후 줄리아드 음대 시절 했던 실내악에 도전, 실내악 그룹을 만들어 투어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