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횡령·배임 혐의' 이석채 前 KT 회장, 2심서 집행유예

이석채 전 KT 회장 /사진=뉴스1

비싼 값에 다른 회사 주식을 사들여 자사에 100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회사 자금 20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이석채 전 KT 회장(71)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광만)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과 서모 전 KT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모 전 KT 사장(60)은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8월∼2012년 6월 3개 기업의 주식을 적정가보다 높게 매입해 회사에 103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회장은 또 2009년 1월∼2014년 9월 임원들에게 역할급 명목으로 27억여원을 지급한 뒤 11억여원을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배임과 횡령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배임 혐의는 그대로 무죄로, 횡령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 등이 회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전부 또는 일부 반환을 전제로 과다한 역할급을 산정해 지급한 뒤 돌려받는 비정상적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 회장 등이 경조사비나 격려금 등 회사 업무에 필요할 때 비자금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며 "KT가 이미 현금성 경비로 사용할 수 있는 정상적 업무추진비를 마련하고 있는 이상 이 전 회장 등이 사용한 비자금은 개인적 체면 유지나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비용 지출로 평가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 등의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 "주요 고객이거나 장래 사업 수주, 영업활동 규제 등 KT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적으로 회삿돈을 썼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반면 앞서 배임 혐의에 대한 무죄 판단은 그대로 유지됐다. 재판부는 "1심이 이 전 회장 등의 배임 혐의를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2심에서 검사가 추가로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1심 판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은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다"는 이 전 회장 측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시장 가치보다 주가를 다소 높게 평가한 측면이 있지만 투자 가능성을 정당하게 평가했고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