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시청문회법’ 거부권 행사키로…朴대통령 재가 할듯

정부가 국회 ‘상시 청문회’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결을 요구하기로 했다.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재의요구안에 최종 서명하는 방식으로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모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의결(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께 건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것은 3권분립을 규정한 헌법정신에 어긋날 소지가 있어서다.

현행 국회법은 중요안건이나 법률안 심사, 국정감사·조사를 위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는데 국회법 개정안은 이에 더해 ‘소관 현안 조사 청문회’를 추가했다.

이와 관련 제정부 법제처장은 “소관 현안 조사 청문회 규정은 국회의 자율적 운영 범위를 넘어서 헌법의 근거 없이 국회법에서 행정부와 사법부 등에 대한 새로운 통제 수단을 신설한 것으로 권력분립 및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청문회가 국회 자율입법권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자율입법권은 국회 내부의 구성·운영 및 의사에 관한 사항에 제한된다”며 “행정부, 사법부 또는 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에 의무를 부과하고 청문회 불출석 등의 처벌규정까지 적용되는 사항은 자율입법권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국회법 개정안에 따른 상시 청문회 제도가 헌법상의 국회 국정조사 권한을 사실상 사문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국정조사는 국회 재적위원 4분의 1이상이 요구로 가능하고 국정조사 계획서를 작성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가능한데, 국회법 개정안은 소위원회 의결만으로 ‘소관 현안조사 청문회’를 할 수 있고 본회의에 별도 계획서 제출없이 의장보고로 가능토록 규정했다.

또한 현행 국정조사 제도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소추에 관여할 목적의 감사·조사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는 이런 제한도 없다.

국정조사와 동일한 강제성을 가진 ‘소관 현안 조사 청문회’가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관 현안’의 포괄성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가 모든 현안에 대해 위원회 의결로 청문회를 언제든지 개최할 수 있어 공무원, 기업인들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문회의 자료 및 증언 요구로 관계 공무원과 기업인들을 계속 소환하게 되면 행정부 업무 차질과 기업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황 총리는 “과거의 사례만 봐도 기업인 출석요구를 해놓고 아무런 질의도 없이 귀가하는 사례가 많았고 이에 대해 비판 여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주요 선진국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는 것도 정부가 재의를 선택한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은 청문회를 상시 운용하나 우리나라와 달리 헌법상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제도를 별도로 두지 않고 있으며 독일과 일본은 국정조사에 대한 헌법적 근거는 두면서도 미국식 청문회 제도가 아닌 공청회 제도만 운영하고 있다.

기존 국정조사, 국정감사에 상시 청문회 제도가 더해질 경우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 사법부에 대한 이중, 삼중의 통제 수단을 보유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의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황 총리는 “정부는 앞으로 국정감사, 국정조사, 대정부질문 등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국회의 감시하에 바르고 원활한 국정을 수행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가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법률안 재의 결정을 박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긴급히 처리한 배경과 관련해 제 처장은 “지난 23일 법률안을 이송받아 각 부처 의견을 신속히 모아서 어제 저녁에 (재의)보고서가 완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대 국회에서 재의하게 될 경우 어떻게 대응하겠냐는 질문에는 “19대 국회 안건이어서 임기만료시 폐기되나 이후 결정은 전적으로 국회판단에 달려있다”고 답했다.

한편 야권은 이번 정부 결정에 강력히 규탄하고 상시 청문회법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정부 재의 요구 전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원내대표는 20대 국회가 구성된 직후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