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업무정지' 롯데홈쇼핑, 비상경영체제 돌입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사상 초유의 6개월 간 프라임타임(오전·오후 8~11시) 업무정지 징계 처분을 받은 롯데홈쇼핑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4개월 간의 유예기간 동안 협력업체들과 함께 다각도로 대처 방안을 마련해 영업 손실과 협력업체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비상경영으로 피해 최소화"=롯데홈쇼핑 관계자는 27일 "징계 수위가 낮춰질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사상 초유의 강도 높은 처분을 받게 됐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업무정지 전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 업체 대표들을 만나 안심을 시키고, 함께 대책을 논의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특히 롯데홈쇼핑에만 의존하고 있는 단독거래 업체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편성 시간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협력업체들을 롯데그룹의 다른 유통채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영업 손실폭을 줄이기 위해 송출수수료가 싼 채널로 옮기거나 아예 채널에서 빠지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2014년 임직원 비리 사건 이후 중점 추진했던 투명·상생·혁신 경영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하반기 영업적자 700억원 예상"=롯데홈쇼핑은 6개월 간 매일 6시간 업무정지에 따라 지난해 취급고 3조1000억원을 기준으로 할 때 6200억원 이상의 직접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프라임타임 전후 시간대까지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75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 하반기에만 약 700억원의 영업적자를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롯데홈쇼핑 손실이 모회사인 롯데쇼핑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남성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홈쇼핑은 전년 대비 약 900억~1000억원 이익 감소가 나타나고, 롯데쇼핑도 10% 수준의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고용인원 4000명 중 1100명가량의 주문상담원은 평소 이직률이 월평균 15% 정도인데, 이들이 퇴사를 해도 신규 채용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롯데홈쇼핑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협력업체들의 피해다. 협력업체는 560여 곳이며 이중 173개는 롯데홈쇼핑에만 입점된 중소기업이다. 프라임타임 방송 중 65%를 중소기업들이 하고 있어 이들의 영업손실이 수천억원 대에 달할 것으로 우려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수천명의 협력업체 근로자가 생계를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홈쇼핑 업계 전반에 협력업체 피해가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홈쇼핑 업계 지각변동 일어날까?=홈쇼핑 업계는 이번 사안이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지난해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홈쇼핑에 대한 신뢰가 한번 흔들린 상황에서 또 다시 신뢰에 금이 갈 것을 우려했다. 아울러 정부의 강한 규제와 처벌에 업계가 위축돼 가뜩이나 홈쇼핑 산업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활력을 되찾는데 시일이 길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다.

반면 롯데홈쇼핑의 프라임타임에 방송하던 협력업체들이 다른 채널로 이동하며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일부 홈쇼핑 업체는 이미 영업력이 우수한 롯데홈쇼핑 협력업체들을 접촉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KTH K쇼핑과 신세계TV쇼핑 등 티커머스 업체들로의 이동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홈쇼핑 협력업체들의 새로운 채널에 대한 필요성과 티커머스 업체들의 협력업체 필요성이 일치한다"며 "협력업체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롯데홈쇼핑도 물밑에서 '당근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날 롯데홈쇼핑에 대해 4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 28일부터 6개월 간 일 6시간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 같은 조치는 감사원이 지난 2015년 4월 진행된 롯데홈쇼핑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이 사업계획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제출했다며 조치를 요구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