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영업정지' 롯데홈쇼핑, 비상경영체제 돌입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로부터 사상 초유의 6개월 간 프라임타임(오전·오후 8~11시) 영업정지 징계를 받은 롯데홈쇼핑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빠른 시일 내에 대처 방안을 마련해 영업 손실과 협력업체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미래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내비쳐 4개월 간의 유예기간 중 상황 변화가 일어날 지도 주목된다.

◇내주 비상대책회의서 대응책 모색=롯데홈쇼핑은 27일 "지난 2014년 임직원 비리로 촉발된 문제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해 영업정지 처분으로 파장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한다"며 "중소 협력업체들과 소비자들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피해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홈쇼핑은 당장 다음 주 협력업체들과 함께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마련해 공동 대처키로 했다. 4개월 간 유예기간 후 오는 9월 28일부터 프라임타임 영업정지에 들어갈 경우 협력업체들이 롯데그룹의 다른 유통망을 임시 활용하거나, 롯데홈쇼핑에만 의존하고 있는 단독거래 업체들을 최우선으로 편성시간을 변경하는 방안 등을 구상 중이다.

아울러 영업 손실폭을 줄이기 위해 송출수수료가 싼 채널로 옮기거나 아예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임직원 비리 사건 이후 중점 추진했던 투명·상생·혁신 경영도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홈쇼핑은 또 "고의 누락 행위가 없었음을 미래부가 잘 알고 있음에도 내려진 과도한 조치를 바로잡겠다"며 행정소송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실 관계에 대한 소명과 더불어 막대한 협력업체 피해를 고려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혹스럽다"며 "재승인 유효기간 2년 단축이라는 불이익을 이미 받았음에도 가혹한 이중처벌을 가했다"고 미래부를 비판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롯데홈쇼핑이 이른 시일 안에 행정행위 효력에 대한 집행정지 소송을 내 오는 9월 영업정지 시작 전 소송 결과를 이끌어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반기 영업적자 700억원"=롯데홈쇼핑은 6개월 간 매일 6시간 업무정지에 따라 지난해 취급고 3조1000억원을 기준으로 할 때 6200억원 이상의 직접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프라임타임 전후 시간대까지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75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 하반기에만 약 700억원의 영업적자를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롯데홈쇼핑 손실이 모회사인 롯데쇼핑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남성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홈쇼핑은 전년 대비 약 900억~1000억원 이익 감소가, 롯데쇼핑은 10% 수준의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수천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홈쇼핑의 850여 협력업체 중 560개가 중소 업체이며 프라임타임 방송 중 65%를 이들이 하고 있다. 특히 173개 업체는 롯데홈쇼핑에만 입점해 있어 당장 생존에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수천명의 협력업체 근로자가 생계를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홈쇼핑 업계 전반에 협력업체 피해가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내부 고용인원 4000명 중 1100명가량의 주문상담원은 평소 이직률이 월평균 15% 정도인데, 이들이 퇴사를 해도 신규 채용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홈쇼핑 업계 지각변동 일어날까?=홈쇼핑 업계는 미래부의 롯데홈쇼핑 중징계가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과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홈쇼핑에 대한 소비자 신뢰에 금이 간데 이어 또 다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까 우려했다. 업계가 위축돼 성장 정체 상황을 개선하는데 시일이 길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다.

경쟁업체들은 롯데홈쇼핑이 당연히 받을 징계를 받았다는 인식이지만 정부의 업계 '군기잡기'나 '길들이기'가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징계가 현실화되면서 정부 눈치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롯데홈쇼핑의 프라임타임에 방송하던 협력업체들이 다른 채널로 이동하며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일부 홈쇼핑 업체는 이미 영업력이 우수한 롯데홈쇼핑 협력업체들을 접촉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거나 티커머스(T-commerce) 쪽으로 롯데홈쇼핑 협력업체들이 이동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롯데홈쇼핑 우수 협력업체들의 새로운 채널 확보 필요성과 티커머스 업체들의 우수 협력업체 유치 필요성이 일치한다"며 "협력업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롯데홈쇼핑도 물밑에서 '당근책'을 내놔 유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의 이번 징계 처분은 감사원이 지난 2015년 4월 진행된 롯데홈쇼핑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이 비리 임원 수를 고의로 누락하는 등 사업계획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제출했다며 조치를 요구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