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교수' 2심서 징역 8년으로 감형…"피해자와 합의"

'인분교수' 장모씨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제자 전모씨 몸에 남겨진 폭행 흔적/ 사진=뉴스1

제자에게 인분을 먹이고 둔기로 때리는 등 수년간 가혹행위를 일삼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인분교수' 장모씨(53)가 2심에서 징역 8년으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시철)는 27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장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장씨와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제자 장모씨(25)와 김모씨(30)는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1년6월로 감형받았다. 정모씨(28·여)는 징역 3년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감형 이유에 대해 △피해자가 피고인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점 △구 폭처법 위헌 결정에 따른 적용 법조 변경과 공소사실의 일부 변경 △2심 과정에서의 양형조사와 전문심리위원의 분석 등 3가지로 정리해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지난 3월 피고인들의 가족과 합의서를 작성해 제출했다"며 "법원 양형조사관이 피해자와 그 부모를 직접 만나 처벌불원의사의 자발성과 진정성 등에 대한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또 "1심 재판 이후 헌법재판소가 구 폭처법 조항 일부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형벌규정으로 적용법조가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장씨 등에 적용됐던 구 폭처법의 경우 법정형이 '5년 이상 25년 이하의 유기징역'이었는데 형법에 따르면 '1년 이상 10년 이하'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양형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에 주목했다. 법원에 따르면 피해자는 "김씨도 처음에는 피해자였던 측면이 있고, 김씨의 반성과 그 가족들의 진지한 태도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밝혔다. 이에 김씨는 다른 피고인들에 비해 더 큰 폭의 감형을 받게 됐다.

장씨 등은 2012년 2월부터 3년여간 피해자인 제자 전모씨(30)를 둔기로 폭행하고 인분을 먹이거나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40여차례에 걸쳐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전씨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제자와 함께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디자인 관련 협회에서 회비 1억여원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한국연구재단 지원금 33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있다.

피해자 전씨는 가혹행위로 인해 수술을 받는 등 10주간 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이후 장씨는 재직하던 대학에서 파면됐다.

1심은 "업무태도 등을 빌미로 장기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악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장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 구형량인 10년과 대법원 양형기준의 최대치인 10년4월도 넘어서는 형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장씨 등이 인간의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렸고 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정신적 살인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장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제자 장씨와 김씨는 징역 6년을, 정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1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장씨에게 징역 8년을, 제자 장씨와 김씨에게 징역 4년을, 정씨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심에서 장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2심 재판에서는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장씨 등이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을 고려해 구형량을 낮췄지만 죄질이 중한 점을 감안해 구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장씨는 "제자들을 사랑해 주고 갈 길을 찾아가게 해 주면 되는 것인데 왜 그렇게 욕심과 교만을 부리고 살았는지 후회한다"며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짓을 했다. 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