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사모펀드 춘추전국, 매니저의 선택은

헤지펀드를 비롯한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수가 100개를 넘어서면서 사모펀드가 증시의 '큰 손'으로 등극했다. 올해도 코스피가 박스권 등락을 지속하는 가운데 사모펀드 매니저들은 LG디스플레이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2.11포인트(0.62%) 오른 1969.17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1489억원을 순매수하고 기관이 101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중에는 투신과 금융투자가 각각 253억원, 252억원을 순매도했고 연기금과 사모펀드가 각각 196억원, 257억원을 순매수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산운용사의 수는 111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사모펀드만 운용하는 전문사모운용사가 인가 없이 등록만으로 설립 가능하게 되면서 6개월 만에 27개가 늘어난 수치다.

사모펀드 규제완화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경우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에 이어 증권사까지 진출이 허용됐다. 이에 따라 향후 사모펀드 자금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25일 기준 국내주식형 사모펀드의 설정액은 11조440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헤지펀드 설정액은 출범 5년 만에 최근 5조원을 돌파했다.


◇사모펀드, LG디스플레이에 '베팅'=코스피 시장에서 사모펀드가 올 들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LG디스플레이 (9,930원 ▼120 -1.19%)다. 사모펀드는 올해만 LG디스플레이를 781억원 규모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IT대장주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1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하며 IT 최선호주로 등극하고 있다. 액정 디스플레이(LCD) 업황이 부진한데도 1분기 의미있는 흑자를 기록해 뛰어난 실적 방어력을 보여줬다. 애플을 비롯한 주요 고객사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채택할 경우 수혜가 예상된다는 전망에 사모펀드 외에도 투신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사모펀드 매니저들이 다음으로 많이 매수한 것은 롯데케미칼(658억원), 기아차(475억원)였다. 그밖에 KB금융, KT, LG생명과학, 아모레G, GKL이 이름을 올렸다. 특정 업종에 베팅하기보다는 실적 개선주를 골라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성향이 강했다.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LIG넥스원(1671억원)이다. LIG넥스원은 올해 초 2대 주주였던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지분 5%(110만주)를 대량매매로 처분하면서 사모펀드의 순매도 1위 종목에 등극했다.

그밖에 사모펀드는 현대증권, LG화학, 한국토지신탁, 셀트리온제약, 삼성전자, 한미약품, LG전자, 한샘 순으로 많이 매도했다.

◇사모펀드 ETF 거래 '눈길'=사모펀드 매매 상위에 상장지수펀드(ETF)가 다수 이름을 올린 것이 특징적이다. 순매수 4위에 KODEX 레버리지(249억원), 5위에 TIGER 코스닥150(247억원)이 올랐다. KODEX 단기채권(152억원)과 KODEX 코스닥 150 (13,860원 ▼165 -1.18%)도 순매수 상위에 등극했다.

특히 사모펀드가 ETF 신상품인 코스닥 150 ETF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개별종목의 천국인 코스닥에 대해 인덱스 투자를 시도한 셈이다. 이는 최근 코스닥 지수가 600~700 사이의 박스권에서 등락하자 ETF를 통해 지수형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경석 삼성자산운용 패시브전략 본부장은 "코스닥 시장도 ETF를 통하면 개별 종목 투자의 높은 변동성 위험을 일부 헤지하면서 투자할 수 있다"며 "특히 기관투자자는 위험 대비 수익률 측면에서 ETF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KODEX 단기채권은 펀드에 남은 잔여 현금을 운용하는 용도로 쓰인다. 예탁금 이용료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