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비권·거짓진술 조언' 변호사들에 법무부 징계개시 결정은 부당"

서울행정법원/사진=뉴스1

피의자에게 진술을 거부하라고 조언한 변호사에 대해 법무부가 징계절차 개시 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장경욱(48)·김인숙 변호사(54)가 "징계개시 결정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검사장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앞선 변협징계위원회의 이의신청 기각 결정을 취소하고 징계절차를 개시한 것은 법무부 심의의결 대상을 벗어난 것"이라며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변호사법상 법무부는 변협징계위원회가 내린 징계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을 심의할 수 있지만 변협징계위원회가 이미 기각결정한 이의신청 사건에 대해서는 불복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징계개시청구권은 변협회장의 고유 권한이다. 변협회장이 징계를 청구하면 변협 징계위원회의 징계결정 심의를 거쳐 징계절차가 개시된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그 징계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을 심의,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변협회장이 징계개시신청을 기각할 경우 검사장은 이에 대한 불복 수단으로 변협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단 변협징계위원회가 이마저 기각한다면 이에 불복할 수단은 명시적으로 법에 보장돼 있지 않다.

재판부는 이 같은 법령을 근거로 "법무부가 변협징계위원회의 이의신청 기각 결정을 취소하고 징계절차를 개시할 수 있게 하면 징계 혐의자로서는 변협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진술하는 절차 참여권과 변협징계위원회의 징계결정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며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나 변협징계위원회의 징계개시신청 인용에 따라 징계절차가 개시된 경우에 비해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의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불복수단이 없으면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징계개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협징계위원회는 변호사 3명 외에도 판사 2명, 검사 2명, 교수 및 유경험자 각 1명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 사건은 2014년 11월 불거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장 변호사가 간첩 사건으로 조사받는 의뢰인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며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신청했다. 김 변호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로 조사받는 의뢰인에게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강요했다는 이유로 징계가 신청됐다.

그러나 변협은 장 변호사와 김 변호사에 대한 징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사의 정당한 업무 범위 내에 있는 행동인 만큼 징계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검찰은 변협에 이의신청을 했다가 기각되자 지난해 5월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냈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였고 지난해 9월 장 변호사와 김 변호사에게 징계절차가 개시됐다고 통보했다.

이에 두 변호사는 "변협 징계위원회가 기각 결정을 내렸는데도 검찰이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또다시 이의신청한 것은 잘못된 처분"이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결정 무효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