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채용마저…인문계 홀대, 이공계 인재 우대

신한카드가 올해 첫 신입사원 공채에 인문계 전공자들의 지원 분야를 대폭 축소했다. 이공계 직무 분야를 중심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를 시작으로 이공계 중심의 인재 채용이 전반적인 추세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신한카드는 29일 △신사업 및 핀테크 △빅데이터 △IT(정보기술) 및 정보보호 3가지 직무분야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공채 때 뽑았던 △글로벌 △회계 및 재무 △법무 직무 분야는 없앴다. 이들 3개 직무 분야는 전공제한 없이 자유롭게 지원이 가능하고 변호사·회계사·세무사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해 인문계 지원자들이 대거 몰렸다.

하지만 올해는 이들 3개 직무 분야가 사라지면서 공채가 이공계 전공자 중심으로 이뤄지게 된다. 빅데이터 직무 분야에선 통계와 응용통계·전산통계·수학·금융공학·경영정보시스템(MIS)·심리학 전공자를 선발한다. 그나마 상경계열에 포함되는 통계나 응용통계, 인문계에 속하는 심리학 전공자는 지원이 가능하다. IT 및 정보보호 분야에서는 전자계산이나 전산통계·컴퓨터공학·산업공학 등 관련학과 전공자들을 우대해 사실상 이공계 전공자만 지원할 수 있다.

신사업 및 핀테크 직무 분야에선 지원자의 전공에 제한이 없지만 핀테크와 모바일 관련 경험자를 우대해 사실상 이공계 전공자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핀테크와 모바일 관련 경험은 학과에서 배운 내용이나 학회 또는 동아리 활동 경력, 논문을 작성한 경험 등이 있어야 인정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최근 직원이 많이 필요한 분야가 핀테크와 정보보안, 빅데이터 등 기술과 통계, 수학 관련 직무다 보니 이공계 전공자 중심으로 공채를 진행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다만 인문계 전형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고 신사업 분야에서 지난해 글로벌 전형에 해당하는 외국어 인재를 선발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공채에서 인문계 직무가 사실상 사라지고 이공계 직무가 중심이 된 것은 이번 신한카드 사례가 처음이다. 올해 카드사 가운데 가장 먼저 공채를 실시한 롯데카드는 크게 일반직, 금융 직무, IT 직무 3개 분야로 나눠 신입사원을 선발했다. 이 가운데 IT 직무만 이공계인 전산학과 관련 전공자를 우대해 사실상 인문계 중심으로 공채가 이뤄졌다.

이달 초 공채를 실시한 BC카드도 영업 및 마케팅, 경영관리 등에서 경영·경제·회계·법학·신문방송·광고홍보학과 전공자들을 우대했다. 지난해에도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인문계나 이공계 인재들을 직무 분야별로 골고루 채용했다.

하지만 신한카드를 시작으로 앞으로 카드사의 채용에도 변화가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드업계 트렌드가 IT와 빅데이터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마케팅만 하더라도 경영학보다는 통계학이나 수학 전공자를 선호하는 추세다. 현대카드는 최근 수시로 경력자를 채용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이공계 인재다. 특히 카카오와 NHN 등 IT 플랫폼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개발 인력들을 꾸준히 영입해오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제 카드사들은 영업이든 결제든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경쟁하게 됐다”며 “온라인·모바일 환경에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내놓으려면 IT 전공자 확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