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만 하면 급등하는 공모주…물린 개미 수두룩

해태제과식품과 용평리조트, 5월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두 기업 모두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해태제과는 5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며 개미(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업계는 주가 급등이 기업의 펀더멘탈 보다는 일종의 수급불균형에서 나오는 것을 문제로 꼽는다. 주식을 사려는 개인투자자는 많은데 시장에 풀리는 주식은 적어 주가가 급등하는 것이다. 일종의 품절주 효과다. 갑작스런 주가급등은 상장사도, 주관사도 달갑지 않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옥 홍보관에서 열린 과자류 제조업체인 해태제과식품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호철 한국IR협의회 회장, 김진규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신정훈 해태제과식품 대표이사, 윤영달 해태제과식품 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IB부문 대표, 신원정 삼성증권 IB본부장./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제공)

◇상장만 하면 급등...상장 초기에 물린 개미=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용평리조트는 전 거래일보다 1.71% 떨어진 1만1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상장 첫날에 이어 이날 시가부터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장 막판 급락했다.

지난 11일 상장한 해태제과는 상장 이후 사흘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5일째 상승행진을 이어가 최고가 6만8000원(장중)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조정을 받으며 이날 3만5450원까지 떨어졌다. 공모가(1만5100원) 보다는 2배 이상 높지만 장중 최고가 보다는 47.9% 낮다.

신규 공모주식이 상작 직후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올해 상장한 15곳의 기업 중 6곳이 상장 첫날 장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범위를 넓히면 9개의 종목이 5거래일 안에 최고가를 기록하고 하향 곡선을 그렸다.

공모주가 상장 초기 급등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급불균형에서 비롯된다. 해태제과의 경우 전체 발행주식 중 유통이 가능한 물량은 26.4%다. 하지만 이 중 개인 물량은 새로 공모한 4.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22.2%는 기관이나 대한제당, CJ제일제당 등 해태제과 거래사가 보유하고 있다.

개인 청약당시 증거금만 2조3000억원이 모일 정도로 관심이 높았던 만큼 상장 첫날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렸지만 시중에 물량이 없으니 주가가 치솟은 것이다. 단기적인 품절주 효과다. 첫날 기관과 외국인이 시장에서 매도한 물량이 6.2% 가량인 것과 개인 비중(4.2%)을 감안하면 시장에 거래된 주식은 전체 주식의 10%가 겨우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박스피에 머물면서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급등의 이유"라며 "하지만 초기 오름세에 추종 매수한 개미들은 고점에 물려 큰 손해를 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관 필승에 발행사는 불만·주관사는 당혹= 상장 첫날 대부분의 기관은 이미 큰 수익을 남긴다. 해태제과 상장 첫날 기관은 평균 1만9800원에 매도(총 매도대금/총 매도량)했다. 대부분이 공모가에 주식을 매입한 것을 감안하면 첫날 31.1%의 수익을 남긴 것이다. 이후부터는 개인들 간의 싸움이다.

상장 첫날을 뺀 지난 12~30일 거래량 중 개인의 비중은 97.4%에 달한다. 평균 주식 매입가는 4만9600원. 같은 기간 평균 매도가는 4만9900원으로 수익률이 1%에도 못 미친다. 공모주 청약에 성공한 개인들을 감안해도 전체 거래량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의 하락세를 고려하면 손실을 본 개미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물량 중 개인 공모 물량이 5.6%인 용평리조트도 비슷하다. 상장 첫날 기관은 평균 1만500원에 순매도했다. 공모가 대비 30% 이상의 수익을 첫날 남겼다. 기관과 외국인이 내놓은 물량은 개인이 대부분 매수했는데 매수거래량 중 98.6%가 개인이다. 첫날 급등한 대부분의 상장사가 유사한 모습이다.

상장 초기부터 주가가 치솟으면서 상장사와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 모두 표정이 어둡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상장 초기부터 주가가 급등하면 상장사로부터 기업가치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불만이 제기된다"며 "주관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반인 청약제도를 없애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관들만 경쟁을 붙여 공모가를 높이고, 상장 초기 수급불균형에 의한 주가급등을 방지하는 것이다. 주식을 보유한 기관이 리테일마켓을 통해 개인들에게 매각하면 개인도 안정적인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을 의식한 공모가 밴드 형성으로 한국은 공모가가 낮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은 펀드나 기관의 리테일 마켓을 통해 공모주를 매입하는 것이 주가 왜곡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공모에는 기관만 참여함으로써 공모가와 전체 시장을 넓히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