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부대' 한국證의 변신, IPO 메가딜 싹쓸이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한국증권은 올해 IPO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넷마블게임즈, 호텔롯데의 대표 혹은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거 규모가 작은 기업의 IPO를 주로 맡아 '소총부대'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아 온 한국증권이 반전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증권은 지난 19일 예상 시가총액 10조원, 신주발행규모 3조원으로 평가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표주관사로 선정됐다. 지난해 IPO 실적 1위 NH투자증권은 공동주관사로 밀려났고, 3위였던 미래에셋대우는 주관사 선정에서 탈락했다.


한국증권은 지난 3월 두산밥캣의 IPO대표 주관사를 따냈다. 두산밥캣의 예상 시총은 4조~5조원, 공모로 조달하는 자금규모는 1조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이밖에도 예상시가총액 6조~10조원, 예상 공모금액 2조원의 넷마블게임즈의 공동주관사로도 선정됐다. 또 호텔롯데의 공동주관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대우가 단독 IPO 주관사를 맡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외한 나머지 대형 IPO를 한국증권이 모두 맡게 된 셈이다.

지난해 IPO 주관사 1위는 NH투자증권이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IPO 건수 22건, 공모규모 1조3287억원을 기록, 3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증권의 공모규모는 6000억원 정도로 NH투자증권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공모규모는 5166억원으로 한국증권과 엇비슷했다.

한국증권이 최근 잇따라 대형IPO주관사로 선정되면서 올해 NH투자증권을 제치고 IPO분야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한국증권은 올해 1분기 IPO부문 수수료 부문 점유율 23.4%를 기록, 업계 1위에 올랐다. 대형 IPO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면 2위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증권이 공모물량을 많이 배정받는 대표주관사를 많이 따 낸 만큼 2위 그룹과 예상보다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규모가 큰 IPO기업들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IPO시장은 한국증권이 사실상 시장을 평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증권은 IPO 분야에서 꾸준한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굵직한 IPO에서는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 올해 초 IB그룹을 신설하고 IPO를 담당하는 기업금융본부를 1·2본부와 세분화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1본부는 IPO업무를, 2본부는 기업금융(커버리지)을 담당한다.

김성환 한국증권 IB그룹장은 "커버리지 부서에서 대기업과의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대기업 계열사의 IPO가 나오게 되면 IPO 담당부서와 연계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들 본부의 협업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가딜이 나오면 해당 기업과 평상시에 관계를 맺은 경험이 있는 전 부서가 초집중을 해서 매달렸다"며 "앞으로 기업금융본부 뿐 아니라 퇴직연금, 프로젝트파이낸싱 본부 등과 연계를 통해 다양한 기업의 IPO를 주관하는 전략을 펴겠다"고 말했다.

한국증권 IPO부서에서는 담당임원 1명을 포함 총 33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증권사 최대 규모다. 그는 "대형 IPO 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의 코스닥상장과 기술평가 상장 등에서 다양한 트랙레코드(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며 "IB그룹 내 기업금융 관련 여러 부서와의 효율적인 공동 업무라인을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증권 IB그룹은 1분기에 큐리언트와 팬젠의 IPO(기업공개)에 성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