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최은영·김준기…총수군기 잡는 금융당국?

'조석래·최은영·김준기·이명희...'


최근 금융당국 조사명단에 올라 검찰 수사를 받게 됐거나 제재를 받은 전·현직 재벌총수들이다. 한달새 연이어 관련 조치 내용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대기업 총수들의 부적절한 주식매매에 대해 과거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30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조석래 효성 (56,100원 ▼200 -0.36%)그룹 회장의 조세회피 혐의를 추가로 발견해 검찰에 통보했다. 효성이 1999년과 2000년에 각각 발행한 제190회차와 제200회차 해외BW(신주인수권부 사채)에 대한 신주인수권 행사와 취득주식의 매매 등을 조사한 결과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이 200회차 해외BW를 275만달러(약 28억원)에 해외SPC(유동화전문회사) 명의로 차명 취득한 후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효성 주식 36만5494주를 취득했고 이를 2005년 7월부터 2006년 2월까지 47억원에 전량매도해 약 19억원의 매매차익을 얻었으나 양도소득세 등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BW는 미리 약속된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 사채를 말한다. 일정한 이자를 받으며 만기에 원금을 상환받는 점은 일반 사채와 동일하지만 동시에 신주인수권을 갖고 있어 주식 시가가 발행가액보다 높은 경우 신주 발행을 청구할 수 있다. 해외 BW의 경우 외국인 투자를 명분으로 발행되지만 실제로는 외국인을 가장한 내국인이 인수해 차익을 챙기는데 악용된 경우가 많았다. 효성의 경우에도 조 회장 일가가 해외 BW를 보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18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미공개정보를 이용, 차명 보유하던 계열사 주식 중 일부를 동부건설 (4,970원 ▲10 +0.20%) 법정관리 신청 두달전 처분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적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제재는 경미했지만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금감원은 이 회장이 본인 소유 지분을 신세계 (159,800원 ▼1,400 -0.87%)그룹 임직원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 후 실명 전환한 혐의에 대해 공시의무 위반으로 경고 처분했다. 문제가 된 지분이 1% 미만이고 불공정거래 등에 이용되지 않았고 경영권 분쟁 등의 사항이 없었다는 점이 고려된 조치였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5,370원 0.00%) 회장)은 좀더 심각한 경우다. 한진해운 (12원 ▼26 -68.4%)의 자율협약 신청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매각해 10억원 정도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금융위가 의뢰해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해당 기업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동부그룹측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고 했다면 동부건설 보유지분 전부를 팔았을 것"이라며 "해당 차명주식은 2014년 11월 금융실명제가 강화되는 것에 대비한 매각일 뿐"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차명주식으로 당시 경영권 방어 차원의 명의신탁 중 일부였다"고 해명했고, 최은영 회장측도 "시점이 공교롭긴 하지만 계열 분리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지분 매각 계획을 보고 했고 이에 따라 집행한 건"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효성그룹측도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사항에 따른 조치로 알고 있다며 이의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엄격한 잣대로 대기업 총수를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이 오래된 사안으로 총수에 초점을 맞춰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시장에서 문제가 된 내용을 조사하면서 나온 혐의에 대해 처리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