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보험 전 CEO 스스로 목숨 끊어…최고 경영진 자살 두번째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마틴 센 취리히보험그룹 전 CEO(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

스위스 최대 보험사 취리히보험그룹의 마틴 센(59) 전 CEO(최고경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회사의 최고 경영진이 연이어 자살하면서 회사의 근무 환경이 도마 위에 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취리히보험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충격과 슬픔 속에서 센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알리게 됐다"면서 애도를 표했다.

스위스 국적의 센은 크레디스위스그룹에서 CEO를 지낸 뒤 2010년 취리히보험의 CIO(최고투자책임자)가 됐다. 이후 2010년부터 CEO직을 맡아왔다.

센은 지난해 12월 CEO직에서 사임했다. 당시 취리히보험은 최대 사업부문을 개편하고 공들여 왔던 영국 RSA보험그룹 인수에 실패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 2월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전망을 밑돌면서 전체 직원의 약 15%가 구조조정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같은 실적 발표가 나오기 직전 회사는 센의 후임자로 마리오 그레코 제네랄리 CEO를 임명했다. 그레코는 지난 3월부터 CEO 업무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2013년 8월 피에르 워시어 취리히보험의 CFO(최고재무책임자)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뒤 자택에서 자살했다. 그는 유서에서 당시 요제프 아커만 취리히보험 회장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한 근무 환경을 조성했다고 적었다.

아커만은 곧바로 회장직을 사임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워시어의 주장을 반박하면서도 회사의 명성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공방이 격화하면서 센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커만의 사임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워시어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 두 사람 간의 갈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스위스 금융 당국의 감독 하에 이뤄진 내부 감사에선 회사 경영진이 워시어에게 과중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워시어의 부인은 이듬해 4월 연례회의에서 센을 포함한 회사 경영진이 불법적인 수단으로 남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비난했다. 그는 "취리히보험이 남편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회사의 기업 문화가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