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물산 합병시 주식매수가 너무 낮아…인상 필요"(종합)

머니투데이

이경은 기자

/사진=홍봉진기자.

삼성물산이 지난해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제시한 주식매수 청구 가격이 낮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5부(부장판사 윤종구)는 주식회사 일성신약과 소액주주 등이 "삼성물산 측이 제시한 주식매수가격이 너무 낮다"며 낸 가격조정 소송 2심에서 주식매수 가격을 주당 5만7234원으로 결정한 원심을 깨고 주당 6만6602원으로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2014년 12월18일 제일모직 상장과 함께 삼성물산과의 합병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삼성물산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며 "이를 토대로 결정한 주식매수가격은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삼성물산 주가가 낮게 형성될수록 이건희 삼성그룹 일가의 이익이 커지고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면 주가하락을 이끈 실적부진이 의도된 것이었을 수 있다는 의심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합병을 앞두고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주식을 지속적으로 팔아 주가를 낮춘 것도 정당한 투자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특수한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제일모직이 상장되기 전일인 2014년 12월17일을 기준으로 주식매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정당하다"며 "삼성물산이 제시한 주당 5만7234원에서 주당 6만6602으로 올려야 한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7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계약을 체결하자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주식회사 일성신약과 소액주주 등은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물산 측에 각자 소유 주식에 대한 매수를 청구했다.

이에 삼성물산은 일성신약 등에게 '주당 5만7234원이 정당한 가격'이라는 취지의 문서를 보냈지만 일성신약 등은 이에 반대해 법원에 주식매수가격결정 신청을 했다.

1심은 지난 1월 삼성물산 측이 제시한 가격이 정당하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