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배기 학대 어린이집 교사, '원래 자폐아' 악플 단 교사 언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어린이집 교사가 네 살배기의 두 발목을 잡는다. 어두운 방 안으로 3m가량 질질 끌고 간다. 아이의 머리와 등이 문지방에 부딪힌다. "원장님 방에서 울고 나와"라는 호통이 뒤따른다. 문이 닫힌다. 문 너머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지난해 1월7일 오후 1시5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 이모씨(47·여)가 A군(5)을 상대로 벌인 일이다. A군이 낮잠 시간에 자지 않고 거실 바닥에 누운 채 떼를 쓴다는 게 학대의 이유였다.

때마침 다른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어린이집에는 CCTV가 없어 자칫하면 묻힐 뻔한 사건이었다.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이씨와 어린이집 원장 김모씨(55·여)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의 경우 관리소홀 책임이었다.

사건은 같은 달 26일 '어린이집 교사 네 살배기 아이 발목 잡고 질질 끌고 가' 식의 제목으로 보도됐다. 이씨를 비난하는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렸다.

그러자 이씨의 쌍둥이 언니가 나섰다. 그는 보도 이튿날 새벽 인터넷에 게재된 기사에 "저 아이는 자폐아 수준, 자기 얼굴 자기가 치고 때린다 함", "(피해자 부모가) 합의금 얘기하다 잘 안되니 제보했고, 기자가 한쪽 말만 듣고 썼습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악플을 본 A군 부모는 큰 충격을 받았다. 급기야 A군 어머니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손목을 흉기로 긋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이후 우울증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A군은 아동학대에 따른 정신적 충격으로 한동안 대소변을 못가리고 느닷없이 부모에게 "잘못했어요"라고 말하는 등 후유증을 앓았다.

의정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성지호)는 31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언니 이씨에게 1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1·2심 소송비용 부담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아동을 자폐아로, 부모를 합의금을 뜯어내기 위한 사람으로 매도하고 합의나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죄질이 매우 안 좋다"고 했다.

재판이 끝난 후 댓글을 단 언니 이씨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죄에 비해 판결이 지나치다"며 "대법원에 상고(上告)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생 이씨에 대해 1심과 2심 모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원장 김씨에 대해서는 1·2심 모두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동생 이씨와 원장 김씨는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