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 일동제약과 '상장' 견해차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왼쪽)과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사진=뉴시스, 머니투데이DB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이 최근 일동제약 (8,610원 ▲170 +2.01%) 공시 담당 직원들을 야단쳤다. 일동제약이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기업분할 증권신고서에 일동후디스 상장 계획을 기재한 게 화근이었다.


일동제약은 일동후디스에 대해 지주회사 요건 중 하나인 비상장 자회사 지분율(40%)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지분율은 29.9%.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동후디스를 상장시켜 상장 자회사 요건(20%)을 충족시키자는 복안이었다.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과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 사이에 미묘한 대립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일동후디스 최대주주인데도 불구하고 일동제약이 이 회장 의사를 묻지도 않고 상장 계획을 공시했다"며 "이 회장이 이 사실을 알고 화를 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동후디스 지분율을 보면 이 회장이 가족들과 함께 지분 42.8%를 보유해 일동제약 지분율(29.9%)에 앞선다. 기타 물량(27.3%) 상당수도 이 회장 우호지분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오는 8월 일동제약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일동제약의 일동후디스 지분율 조정에 대해 함구해왔다. 이 회장의 일동후디스에 대한 지배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자회사 편입 또는 계열분리 시도가 갈등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일동제약은 5월 초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일동후디스 상장을 언급하지 않았다. 지배구조를 둘러싼 대주주간 갈등의 소지가 크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가 반복되자 결국 일동후디스를 상장을 시켜서라도 자회사로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일동제약이 이 회장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상장을 언급한 데 대해 매우 언짢아 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일동제약 지주회사 전환을 계기로 일동후디스가 계열분리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 회장이 계열분리를 통해 아들인 이준수 사장으로 후계구도 굳히기를 시도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

업계는 일동후디스 지배권을 둘러싼 윤 회장과 이 회장의 갈등이 8월 지주회사 출범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자회사 지분율을 충족시키는 데 2년 유예 기간이 있어 합의 시간은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동후디스가 지난해 25억원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실적이 더 개선될 것으로 보여 일동제약으로서는 자회사로 두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이 회장은 실질적인 지배력을 고려해 이 기회에 계열분리를 하고 싶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1960년 일동제약에 입사한 후 창업 2세인 윤원영 회장과 호흡을 맞췄다. 1984년부터 2010년까지 26년간 대표를 역임한 후 지난해 명예회장으로 위촉됐다.

분유와 이유식을 주력으로 하는 일동후디스는 1979년 일동제약 자회사로 설립됐지만 이 회장이 지분율을 꾸준히 확대해 현재의 지배구도가 만들어졌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지주회사 설립과 관련, 일동후디스 문제가 논의된 바 없다"며 "앞으로 2년이나 시간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결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