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영업정지…"빅3 반사이익" vs "초상집 잔치"

메이저 업체의 황금시간대 영업정지라는 사상 초유 사태를 맞은 홈쇼핑 업계가 반사이익을 계산하는 동시에 후폭풍에 따른 유무형의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약 4000억원의 소비 수요가 이전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홈쇼핑에 대한 소비자 신뢰 하락, 규제 강화로 실질적인 반사이익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이 9월28일부터 6개월 간 프라임타임(오전·오후 8~11시) 하루 6시간 씩 TV방송을 중단할 경우 약 4000억원의 소비 수요가 동일 시간 대 경쟁 채널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7개 홈쇼핑사와 10개 티커머스(데이터홈쇼핑) 업체들로 분산되겠지만 지난해 시장점유율 60% 이상이었던 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등 '빅3'에 반사이익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홍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롯데홈쇼핑 취급고 감소분 약 5600억원 중 단독거래 협력사 물량이 아닌 70% 수준, 즉 4000억원 가량이 경쟁사로 이동할 것"이라며 "빅3 업체 취급고가 각각 750억~870억원 씩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빅3 영업이익이 연간 15%, 롯데홈쇼핑 영업정지 기간 동안 30% 증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홈쇼핑 영업정지 기간인 4분기(10월~12월)와 1분기(1월~3월)는 홈쇼핑 업계에선 성수기로 분류된다. 객단가와 마진이 큰 겨울의류 판매가 집중돼 매출과 이익 비중이 높은 시기인데다, 수익성 좋은 TV 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어서 반사이익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송출수수료로 대표되는 고정비 추가 부담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빅3 홈쇼핑사와 티커머스 업체들도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며 "롯데홈쇼핑 우수 협력사들과 주요 홈쇼핑사들의 물밑 접촉이 시작된만큼 시장원리대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반사이익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명'보다 '암'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본질적인 업황 개선이 아닌데다 업계 전체의 신뢰 하락과 규제 강화 추세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을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상난 집 잔치에서 먹을 것이 얼마나 있겠냐"며 "큰 폭의 매출·수익 향상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뿐만 아니라 다른 홈쇼핑 업체들의 앞날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총리실은 미래창조과학부, 공정거래위원회와 홈쇼핑 재승인 기준 개선책을 마련, 8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올해는 홈앤쇼핑, 내년에는 CJ오쇼핑 (73,000원 ▼800 -1.08%)과 GS홈쇼핑 (154,900원 ▲3,200 +2.11%)이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어 반사이익을 노리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롯데홈쇼핑 협력업체들의 활발한 이동이 일어날 지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이 손 놓고 앉아 우수 협력사들의 이동을 바라만 보지 않을 것"이라며 "협력사들도 롯데홈쇼핑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6개월 한시적인 성과를 위해 쉽게 옮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