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제도개선의 작은 시작, 큰 기대

금융위원회가 '국민재산 증식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상품 혁신방안' 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제목이 일단 훌륭하다. '국민재산 증식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경제의 혈류라 할 수 있는 금융. 이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당국의 노력은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이번에 발표 된 내용들은 업계의 오랜 갈증을 풀고자 하는 노력이 한 층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저금리를 대체하는 금융상품(또는 중위험 상품)으로 크게 파생상품, 자산배분상품 그리고 실물(부동산 등) 투자상품 세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이들 상품시장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세심하게 잘 담아 낸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중 파생상품과 관련한 제도개선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파생상품 규제의 방향에 대해 이미 논란이 오랜 가운데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문제에 신용파생상품의 부작용이 컸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일반투자자들은 물론 금융상품 전문가들까지도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날이 선 시선을 갖는 경우가 많아졌다. 급기야 워렌 버핏마저 파생상품을 대량살상무기에 비유하면서 단지 금융거래의 수단에 불과한 도구를 평가하는 데 심지어 도덕적인 잣대까지 들이댈만큼 파생상품에 대한 인식은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의식해서인지 사실 이 번 금융위원회의 개선안에서 파생상품과 관련한 내용은 '파생상품 위험평가액 산정방식'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시도가 앞으로 투자자들이 필요로하는 새로운 상품들이 활발하게 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파생상품 위험평가액이란 파생상품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이 얼마만큼이나 되는지를 금액으로 환산하여 측정한 것을 말한다. 현행 방식은 파생상품의 위험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 파생상품이 주식이나 채권 등 다른 자산들과 함께 사용되어 최종적으로 투자자에게 어떠한 효과를 가져다 주는지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데 향후 장기적으로(상당기간은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는 파생상품을 포함하는 포트폴리오에서 확률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최대손실가능금액(VaR, value at risk)을 측정하는 방식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파생상품을 기존의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 자산과 차별하여 더욱 엄격한 위험관리 기준을 두는 이유는 ▲가격산정의 투명성 문제 ▲레버리지(투자한 금액을 초과하는 손실을 발생할 수 있는 특성) ▲유동성(장외파생상품의 경우, 최초 거래에 대한 반대거래의 어려움) ▲정책효과의 경로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등의 문제이다.

이러한 속성들은 단지 파생상품이라는 도구의 단면일 뿐이며 그 활용결과까지도 반드시 부정적 영향만을 발생시키는 것들이 아니다. 가격산정의 투명성 문제는 가격평가 주체들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레버리지의 문제는 투자자의 위험수용 능력과 의지에 따라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유동성 문제는 거래주체의 확대와 거래비용 절감을 통한 거래유인 제고 등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정책효과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환영하는 시장주체로서는 오히려 환영할만한 일이다.

파생상품은 다른 전통적 자산들과 결합하여 최종적으로 투자자가 부담하는 위험을 오히려 낮추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기존의 전통적 자산 투자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새로운 손익구조를 제공해 주는 무한한 가능성의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

중세 이후 국가질서에서 도량형(길이?부피?무게)의 기준을 정립하는 것으로 새로운 많은 가치가 만들어졌다. 이 개선안이 공표되는 데 족히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인데 이제서야 이루어지는 이 작은 위험측량의 변화가 이제 다양한 파생상품을 활용한 금융상품들이 불필요한 규제를 벗어나 일반투자자들에게 더욱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당국이 이 작은 변화를 현실적으로 이행하고 향후에도 저금리 시대에 국민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금융상품들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소신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입안할 수 있으려면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도 함께 따라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나치게 엄격한 경계심을 가지고 전통적 자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희생해 왔지만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는 단지 두려움만으로 파생상품이라는 훌륭한 도구를 활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희생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그 동안의 이유 있는 우리의 편중된 인식에도 이제는 새로운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