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농협은행장 "대우조선 여신 분류 조정 쉽지 않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이경섭 NH농협은행장 / 사진제공=NH농협은행

조선과 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 여신의 자산건전성 분류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 은행장은 31일 NH핀테크지원센터 입주기업 기브텍의 개인간 안심송금서비스 '두리안' 출시 행사후 기자와 만나 "대우조선 등급은 주채권은행이 있어 NH농협은행 단독으로 낮추기는 쉽지 않다"고 전제한 뒤 "RG콜(선수금환급 요구)도 들어올 수 있고 좋은 회사를 일부러 낮출 이유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행장은 "해외에서 대우조선에 발주하면 지금의 상황을 거론하며 일단 가격을 깎는다고 들었다"며 "은행이 등급까지 낮추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NH농협은행의 대우조선 여신은 1조5131억원이나 충당금은 350억원에 불과하다. NH농협은행이 대우조선 여신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낮추면 최소 710억원, 최대 2680억원의 춛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법정관리가 정해진 STX조선해양으로 2분기 수천억의 충당금 부담이 생긴 NH농협은행 입장에서는 대우조선 등급마저 하향 조정하면 충당금 부담이 커진다. 이 행장은 "STX조선 법정관리로 충당금을 더 쌓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행장은 STX조선의 청산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 행장은 "STX조선은 핵심 기술도 많고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며 "인센티브를 많이 주면 살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리조선소로 바꾸거나 작은 배를 건조하는 곳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에 추가 지원을 결정하면서 STX조선해양은 대형 선박 건조를 중단하고 소형 선박 건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 행장은 "대우조선도 방위산업 부문이 있어 쉽게 매각할 수 없는데 대우조선 방산과 STX조선 방산을 묶어 다른 곳에 파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STX조선 관계사의 법정관리행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STX조선의 법정관리행을 사실상 결정하면서 관계사도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응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부 회사의 경우 STX조선과 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STX엔진이나 STX중공업은 합병하면 외국에서 살 곳이 많다고 한다"며 "STX조선이 망했다고 우수한 협력업체까지 망하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