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법정관리 피했다‥'용선료 조정'이어 회사채 만기연장

현대상선 사채권자집회가 열린 31일 서울 연지동 사옥에서 현대상선 임직원들과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현대상선이 31일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공모사채에 대해 출자전환과 만기연장 동의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현대상선은 채권단 자율협약의 전제조건을 사실상 충족함에 따라 법정관리를 피하고 KDB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되는 수순을 밟게 됐다.

현대상선은 이날 3차례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비협약 채권 8042억원 가운데 78.3%인 6300억원에 대한 채무 조정 동의를 받아냈다. 1차(2400억원)와 2차(600억원)는 각각 채권액 기준으로 86.5%, 85.6%가 참석해 참석 채권 100%가 동의했고, 3차(3300억원)는 79.7%가 참석해 99.9%가 동의했다.


이에 따라 해당 회사채의 50% 이상은 출자 전환되고, 잔여 채무는 연 1% 이자로 2년 거치 3년 분할 상환이 이뤄진다.

김충현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집회 후 "회사를 믿어 높은 찬성률로 지지를 해준 것에 감사드린다"며 "회사가 최선을 다해서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해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과 해운동맹 가입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회사 회생을 위해 채무 조정에 동의해줄 것을 호소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채권자는 기자와 만나 "회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았다"며 "용선료 협상이 잘 마무리 돼 회사가 채권을 잘 상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비협약채권 1742억원은 6월1일 2차례에 열리는 집회에서 같은 조건으로 채무 조정을 시도한다. 현대상선은 상당수 기관 투자자에 대해 사전 동의를 받아 1일 집회에서도 안건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비협약채권에 대해 모두 조정이 이뤄진다면 현대상선은 원금 상환 외에도 연간 400억원 이상의 이자 상환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에서도 전체 용선료의 90%를 차지하는 컨테이너선 용선료 조정을 마무리하고 벌크선 용선료에 대해 조정협상을 진행 중이다. 용선료 협상의 최종 결론은 이르면 이번주 말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현대상선에 대해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하기로 조건부 결의를 한 만큼 용선료 인하 수준을 보고 출자전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2일 서울에서 열리는 해운동맹 'G6' 회원사 회의를 계기로 새로운 해운동맹 가입을 위한 해운사 설득 작업도 본격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