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체벌법' 도입 주장, 파키스탄 CII 정체는?

파키스탄 이슬람이념자문위원회는 남편이 아내를 가볍게 때리는 것을 허용하는 '아내 체벌법'을 제안해 논란이 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파키스탄 이슬람이념자문위원회(CII)가 아내에 대한 ‘가벼운’ 체벌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성관계 거부, 월경 중 목욕 하지 않음 등 별로 종교적이지 않은 이유로 아내를 체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BBC는 31일(현지시간) 이 법안을 제안한 단체 CII의 정체와 법안 도입의 배경을 분석했다.

◇이슬람이념자문위원회란? 현실과 유리된 '골수 종교인'

이슬람이념자문위원회(CII)는 헌법 자문기구다. 1961년 군부 정권 당시 발족했으며 각종 법령, 사회 현안이 이슬람 교리에 부합하는지 자문, 검토하는 일을 한다. 단, CII의 권고사항엔 법적 구속력이 없다.

CII 위원은 헌법에 명시된 자격을 갖춰야 한다. 자문위원은 최소 2명 이상의 전직 판사, 15년 이상 이슬람을 연구한 전문가 4명 등이 포함 돼야 한다. 또한 모든 구성원들은 파키스탄의 행정, 법, 정치, 경제적 문제에 능통해야 한다.


헌법에 규정된 것과는 별개로 CII 구성원들은 주로 종교에만 골몰해온 이슬람교 압력 단체 출신이 상당수다. 이들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현대의 지식과 문화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지도자들은 CII의 제안들을 그리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CII가 사회,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 적도 있다.

이들은 때때로 종교단체의 비호를 입고 원하는 바를 이뤘다. 세속적인 성향의 정권이 들어섰던 1970년대 중반 CII는 알콜 금지법을 제안하자 그들을 돕는 종교단체가 길거리에서 무력행사를 벌였다. 결국 당시 정부는 이들의 주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조혼 장려 캠페인을 벌인 적도 있다. 지난 1월에 국회에서 혼인가능연령을 16세에서 18세로 높이자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CII의 강한 반대에 직면해 좌절됐다. CII는 한술 더 떠서 혼인 가능 연령을 남자 12세, 여자 9세로 낮추자는 캠페인을 펼쳤다. 그러나 다음 정부가 CII의 주장을 묵인한 덕분에 혼인 가능 연령은 16세로 유지 중이다.

◇‘아내 체벌법’ 발의 배경은? "여성 보호법에 대한 반대"

CII의 아내 체벌법은 펀잡주 의회가 발의한 ‘여성보호법’에 대한 반대로부터 탄생했다. 여성보호법은 가정 학대 피해 여성이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가족 분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CII는 “이슬람답지 못하다”며 이 법안에 반대했다. 반대에 직면한 펀잡주는 CII의 발언이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법안 발효를 유보했다.

'여성 체벌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히잡 착용 거부 시 △남편 허락 없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경우 △낯선 사람과 대화하거나 지나치게 큰 소리로 이야기 할 때 △성관계를 거부할 때 여성을 체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한 여의사가 남성 환자를 돌보는 것, 해외 귀빈이 참석하는 자리에 여성이 동석하는 것, 남편 허락 없이 피임약을 먹는 것을 금지한다.

CII의 법안은 공개되자마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펀잡주 법무장관 라나 사나울라는 “이슬람은 그 어떤 폭력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아스마 자한기르는 TV 인터뷰에서 “이 법안은 여성에 대한 모욕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는 “우스꽝스럽다”고 평하며 CII의 폐지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