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5년새 최저', 인민은행 '김빼기 작전' 먹힐까?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인민은행이 최근 잇단 위안화 평가절하를 암묵적으로 묵인하며 미국 금리 인상에 앞서 이전과 다른 환율 방어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안화 환율이 요동칠 때마다 중국 증시는 번번히 고전했다. 지난해 8월13일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 개혁을 이유로 단 하루 만에 환율을 1.86% 평가절하했을 때 이후 2주 동안 상하이종합지수는 24.6% 빠졌다. 올해 1월7일 에도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을 0.51% 평가절하하자 상하이종합지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3주간 21% 폭락했다.

위안화 환율이 상승(평가절하)하면 중국 기업의 수출 부진이 심각해지고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현상이 확산되며 해외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 매도가 이어지고, 연이은 외화 유출로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이 증시의 악재가 됐다. 이렇다보니 ‘환율 상승=
주가 하락’은 중국 증시에서 공식으로 통할 정도다.

그러나 지난 30일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을 0.45% 평가절하한 데 이어 31일에도 환율을 0.01% 추가 절하했지만 어떤 일인지 중국 증시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평가절하폭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최근 한 달 새 위안화는 1.7%나 평가절하되며 최근 5년 3개월새 가장 낮은 지점까지 가치가 떨어졌다. 하지만 31일 상하이종합지수는 2916.62로 마감하며 전일대비 3.34%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환율 상승=주가 하락’이 통하지 않은 배경을 이번 평가절하가 이전과 달리 인민은행의 고도의 전략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민은행은 이전까지 조지 소로스로 대변되는 글로벌 환 투기세력과 맞서기 위해 ‘위안화 강세’를 유지하는데 주력했다. 조지 소로스 등은 지난해 연말 이후 중국 경제 위기론을 불 지피며 ‘위안화 약세’에 올인해왔다. 위안화를 공매도 해놓고, ‘달러 강세, 위안화 약세’ 현상이 심화되면 싼 값에 산 위안화를 갚고, 차익을 챙겨 빠져나온다는 계산이다. 예컨대 1달러당 위안화가 6.4위안일 때 공매도를 해놓고 기다리다가, 위안화 환율이 6.6위안으로 오르면 1달러당 6.6위안에 달러를 팔아 6.4위안은 갚고 0.2위안은 차익으로 챙기는 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환 투기세력의 속셈은 인민은행의 적극적인 환율 개입으로 먹혀들지 않았다. 인민은행은 지난 4월까지 환율을 6.4위안대로 방어했다. 때마침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으로 달러까지 약세를 보이며 환율 방어는 더욱 손쉽게 이뤄지는 듯 싶었다.

그러나 지난 13일 이후 위안화 환율은 6.52위안을 돌파하며 인민은행 방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연이어 지난 19일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4월 회의록이 공개돼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위안화 환율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인민은행은 이때부터 환율 방어에 전혀 새로운 전략으로 맞섰다. 인위적으로 평가절하를 막기보다는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평가절하의 숨통을 터주며 ‘달래기’에 나섰다. 여기에는 미국 금리 인상 전에 평가절하를 원하는 시장 요구를 수용해주며, 급격한 평가절하가 없도록 김을 빼놓겠다는 포석도 있다. 인민은행이 지난 30일 위안화 환율 중간 가격을 6.5784위안으로 높이고, 31일에도 6.5790위안까지 상승시킨 것이 이런 이유다.

인민은행은 그러면서 이번 환율 상승은 정상적인 모습으로 인민은행이 통제 범위 내에 있다고 강조했다. 중신증권 장원랑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이 무리하지 않고 올해 연간으로 위안화 환율 평가절하폭을 5% 이내로 유지하려 한다”며 “이는 연초 위안화 평가절하 예상폭인 5~7%보다 훨씬 낮다”고 밝혔다.

환율 정책 변화에도 불구, 중국 정부는 3조달러에 달하는 외환 보유고를 바탕으로 환 투기세력의 차익 시도는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세기 경제보도는 “중국 정부의 막강한 외환보유고는 다모클레스의 검”이라며 “중국이 외환보유고를 유지하며 역내외 위안화 환율 격차를 적정 수준으로만 지키면 환 투가세력이 함부로 위안화 공매도에 나서지도 못한 채 손과 발이 묶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모클레스 검은 그리스신화에서 디오니시스 왕의 머리 위에 매달려 권력을 노리는 자들을 위협했던 검을 말한다.

중국 정부는 이와함께 시장에 위안화 환율이 ‘강세 화폐’라는 믿음을 주는데도 주력했다. 이날 인민일보는 “급격한 위안화 환율 상승에도 시장은 지난 1월 같은 공황 정서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위안화 환율이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는 등 쌍방향으로 유연성과 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민일보는 앞으로 위안화가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구축)와 글로벌 산업 합작 등으로 장기적으로 강세 화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환율이 미국 금리 인상과 영국의 유로존 탈퇴 등 국제 정세와 맞물리며 6월말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며 “인민은행의 환율 안정 의지가 계속 먹혀들지 두고볼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