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서 4차 산업혁명…핀테크·로보 어드바이저"

'변화냐 혁명이냐'

1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된 한국자본시장컨퍼런스(KCMC)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자본시장과 제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심도있는 토론을 나눴다. KCMC는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다보스포럼'을 표방하는 행사다.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코스콤,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지배구조원, 한국회계기준원 등 8개 기관이 자본시장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었다.


지난 1월에 열린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다보스포럼 창립 이래 46년만에 과학기술 분야 주제를 주요 의제로 채택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기술 변혁을 통한 사회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KCMC는 이에 더해 자본시장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고 금융기관 및 당국이 취해야 할 태도에 주목했다.

◇위기에서 기회가…4차 산업혁명 앞당겼다=국내외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4차 산업 혁명을 앞당겼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보험사들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바젤3, 솔벤시2와 같은 규제가 생겨나면서 전통적인 금융산업을 유지하는 비용이 증가했고, 사업의 수익성은 떨어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IT(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결제·보안 시장에서는 전자결제, 블록체인과 같은 보다 편리하고 비용이 적은 시스템이 개발됐다.

금융투자협회가 초청한 해외 전문가들 중 크리스 처치 디지털에셋 최고사업개발책임자는 "블록체인을 가장 간단히 설명하면 21세기형 데이터베이스"라며 "모두가 데이터에 접속 가능하고, 서로가 동의해야만 데이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컨플라이언스 비용을 줄이면서도 보안성을 높이고 데이터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며 "실제 호주증권거래소와 함께 블록체인을 활용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개발 단계기 때문에 블록체인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절감해 줄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블록체인의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2025년에는 블록체인이 일상 업무까지 도입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이크 포웰 톰슨 로이터 글로벌 사업부문 전무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핀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주자로 나설 기회가 있다"며 "자산운용사들이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 양도 늘어나면서 로보어드바이저 등이 활용하는 인공지능이 새로운 통찰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4차 혁명의 승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그러나 핀테크 벤처기업들의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로보어드바이저, 모바일 결제 기업 등은 20~30대를 중심으로 고객을 확대해가고 있지만 꾸준히 수익을 내는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 있느냐는 과제가 남아있다.

조엘 브루켄스타인 T3컨퍼런스 회장은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으로 뮤추얼 펀드는 위험해지겠지만 "핀테크 기업의 20%만 디스트럭터(파괴적인 혁신 기업)으로 평가되고 60%는 기존 금융기관의 협력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핀테크 기업들은 또 중소기업 규모다 보니 기존 금융기관에 인수되기 쉽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전략을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실제로 운용하는 알고리즘이 운용 기관 및 투자자의 철학과 일치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는 질의서를 통해 투자자의 자산 현황과 투자성향을 파악하고 있는데 질의서의 완벽성이 떨어지거나 투자자의 응답 일관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포웰 전무는 "기존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간의 승자를 점치기는 어렵다"며 "기존 금융회사들은 자본, 고객층, 다양한 금융상품 등의 장점을 갖고 있어 이들이 핀테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을 때 판도가 변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반해 스타트업 핀테크 기업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KCMC에서는 이 외에도 △글로벌 거래소의 새로운 가치 창출 및 성장전략 △자본시장 포스트 트레이드 산업의 변화와 혁신 △글로벌 대체투자 트렌드 및 전략 △자본시장 핀테크 성장전략 및 활용 등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정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는 핀테크 기업들이 자본을 조달할 수 있도록, 모험 자본가 육성 등 핀테크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컨퍼런스 발전방향에 대해 황영기 한국투자협회장은 "KCMC를 자본시장 업계 전문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다보스포럼으로 키워가겠다"라고 말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인공지능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핵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4차 산업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창의적인 스타트업에 대해 모험자본을 활성하고 역동적인 사회로 변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