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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홍기택의 입, 괄낭무구(括囊无咎)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6.06.13 05:19|조회 : 5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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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낭무구(括囊无咎). ‘주역’에 나오는 말로 주머니를 묶어 갈무리해두니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옛 선비들은 공직에 있다 물러나서는 자기 입을 묶어버림으로써 폐단이 없도록 했다. 영웅은 늙어 불법(佛法)에 귀의하고 늙은 장수는 산으로 들어가 다시는 군사(軍事)를 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기택은 입이 화근이었다. 2013년 KDB금융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내가 낙하산은 맞다. 그래서 오히려 부채가 없다. 실력으로 보여주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이번 베이징 발언은 너무 나갔다.

홍기택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를 한 덕분에 3년의 KDB산업은행 회장 임기를 마친 후에도 정부의 배려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중국 베이징에 나가 있다. 그는 익명으로 몇 차례 대우조선해양 부실화에 대한 책임론에 억울함을 토로하다 마침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공론화하고 나섰다.

지난해 이뤄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은 청와대(안종범) 기획재정부(최경환) 금융위원회(임종룡)가 결정한 것이며 산업은행(홍기택)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은행 자회사들에 대한 인사는 청와대 금융당국 산업은행이 각 3분의1을 챙겼다고까지 폭로했다.

여러 정황에 비춰 그의 발언이 틀린 것 같지는 않지만 홍기택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럴 자격이 없다.

앞으로 있을 검찰 수사나 국회·감사원 감사에 대비한 발언일 수도 있고 정권 후반기 레임덕 현상의 하나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금융당국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한 실세였고 더욱이 퇴임 후에도 AIIB 부총재로 대접받는 홍기택이라면 억울해도 침묵하는 게 옳았다. 그래도 진실을 밝히겠다고 마음먹었다면 AIIB 부총재 자리부터 먼저 던졌어야 했다. 홍기택은 순진했거나 비겁했다.

홍기택 스스로 산업은행장 자리가 이렇게 나쁜 자리인지 몰랐다고 했지만 그가 산업은행장을 맡은 것은 본인에겐 불행이었고, 산업은행과 대한민국에는 재앙이었다.

산업은행은 최근 10여년간 유난히 CEO 운이 없었다. 노무현정부의 김창록부터 시작해 이명박정부의 민유성 강만수와 박근혜정부의 홍기택에 이르기까지 CEO가 하나같이 중심을 잡지 못하거나 이런저런 실험만 하다 허송세월했다. ‘전통과 자존심의 명가 KDB’가 망가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이제 ‘용도폐기론’ 내지 ‘무용론’ 앞에 서 있다. 산업은행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대우조선해양이나 STX조선의 경우에서 보듯 수조 원의 자금을 쏟아붓고도 살리지 못했으니 산업은행을 민영화해 없애고, 부실기업 정리는 시장기능에 맡기는 게 과연 정답일까.

중국 기업들의 급성장을 감안하면 대한민국 제조업의 구조조정과 정리는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조선·해운업만이 아니라 철강 석유화학 등 줄줄이 기다린다. 이것을 다 시장기능에만 맡기면 IMF 외환위기 직후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경제는 거덜 나고 거제 울산 창원 등지에는 수십, 수백만 명의 실업자가 넘쳐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 때문에 욕을 먹지만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에 나서 성공한 사례도 많다. 가장 최근의 팬오션부터 LG카드 하이닉스 금호와 기아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홍기택 같은 CEO만 보내지 말고 관료든 업계 출신이든 제대로 된 사람을 보내라. 역대 산업은행 총재 중에선 구조조정도, 내부 경영도 잘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다음 그들에게 제대로 한 번 맡겨보자. 그래도 이게 현실적인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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