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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노인' vs '글로벌 고령화'…선진국 고령화전문가가 본 '韓노인문제'

[창간기획/브라보 올드 라이프] ③ '고령화 한국의 미래'…"노인 일자리 복지 아닌 필요업무 수행 역할"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입력 : 2016.06.18 03:10|조회 : 9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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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지난 2007년 개봉한 영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말년 부장 백윤식은 은퇴를 한 달 앞두고 자신의 오랜 꿈, 록밴드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갖은 고생 끝에 마침내 이를 이룬다.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지난 2016년, 대한민국을 사는 시니어들의 삶은 이보다 진보했을까. 노인 빈곤율·자살률·실질 은퇴연령 1위라는 오명을 가진 대한민국 노인들 삶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국민들이 지금보다 문화적인 노후를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한 노인이 검은 봉지를 들고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실질 은퇴연령, 노인 자살률이 1위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일본과 미국, 두 선진국의 노인 문제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사진=뉴스1
한 노인이 검은 봉지를 들고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실질 은퇴연령, 노인 자살률이 1위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일본과 미국, 두 선진국의 노인 문제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사진=뉴스1
일본 저자 후지타 다카노리의 '2020 하류노인이 온다'(왼쪽)와 미국 저자 폴 어빙의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일본 저자 후지타 다카노리의 '2020 하류노인이 온다'(왼쪽)와 미국 저자 폴 어빙의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하류노인' vs '글로벌 고령화'…선진국 고령화전문가가 본 '韓노인문제'
고령화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대한민국의 장래는? 대비 없이 고령화 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 앞날에 대한 힌트를 제공해 줄 두 권의 신간이 최근 일본과 미국에서 나왔다. 일주일 간격으로 국내 번역 출간된 두 책의 저자들은 각각 자국과 세계 동향을 바탕으로 고령화 문제를 짚었다.

두 저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국이 현재 처한 상황,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우리와 지리·문화적으로 비슷한 일본 측 저자는 동질감을 바탕으로 한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우리와 상황이 완전히 다른 미국 측 저자는 그동안 제시되지 않았던, 어찌 보면 낙관적이지만 참신한 미래 가능성을 제시했다.

시각은 상당히 달랐지만 두 저자 모두 한국은 일단 노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본적인 복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후 추가적인 소득을 얻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도 공통 의견이었다.

그 일자리가 단지 복지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령화돼 가는 사회와 시장에서 꼭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점도 의견이 같았다. 단순노무 일색이 아닌, 사회가 굴러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직업군이 노인 일자리 속에서도 나타나야 한다는 얘기였다.

후지타 다카노리 "한국, 서둘러 사회보장 시스템 마련해야"

후지타 다카노리 NPO 홋토플러스 대표(일본 세이가쿠인대학 인간복지학부 객원 준교수). /사진제공=Asahi Shimbun Publications Inc.
후지타 다카노리 NPO 홋토플러스 대표(일본 세이가쿠인대학 인간복지학부 객원 준교수). /사진제공=Asahi Shimbun Publications Inc.

후지타 다카노리 NPO 홋토플러스 대표(일본 세이가쿠인대학 인간복지학부 객원 준교수)는 "한국의 노인복지 시스템은 일본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고 했다. 일본도 '하류노인'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할 정도로 노인 문제가 심각하지만, 한국은 이미 하류노인이 대량생산되는 사회라는 것이다.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2016년 신서대상 5위를 차지한 이 책은 '하류노인'이라는 단어 자체로 일본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가 정의한 '하류노인'이란 '생활보호기준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자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고령자'를 말한다.

그는 고용 불안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가족 부양을 전제로 한 이전의 사회복지모델이 한계에 처했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유교 문화권인 한국과 일본은 복지의 많은 부분을 가족이 떠맡아왔지만 이제는 그러한 상황이 끝났다는 것이다. 청장년층의 성인이 자녀와 부모를 모두 부양하고, 동시에 노후를 위한 저축까지 하는 것은 불가능해졌기 때문.

그러다보니 가장 먼저 줄이게 되는 것이 부모 부양비이며, 그렇게 부모들은 '하류노인'으로 전락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 '노인 실태조사'를 통해서도 나타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2014년 한국 노인 가운데 자녀와 함께 사는 비율은 전체의 28.4%로, 1994년의 54.7%에 비해 20년 동안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포기하는 것은 '자녀 부양비'다. 하류노인이 되어 맞을 노후에 대한 공포는 출산의 거부로 이어진다. 그는 "요새는 아이를 낳아 가족을 만드는 것을 '리스크'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며 "하류노인 문제는 이렇게 고령자뿐 아니라 모든 세대와 관계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후지타 대표는 한국의 노인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 "의료·주택·간호 등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초적 생활 욕구를 어느 정도 정부가 보장하는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돈이 없어도 최소한의 삶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일본의 '생애 현역 사회'처럼, 고령자 고용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퇴직 후에도 커리어가 이어진다는 개념을 가지고, 노인들이 문화적이고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교육비를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에 투자해 돈을 버는 사회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다음 고령자들이 능동적으로 제2의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고령자 중심의 다채로운 직업군을 만들고 창업도 적극 지원하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은 지방에서 고령자가 '제2의 인생'으로 창업하고 브랜드를 만드는 등 다양하게 살고 있다"며 "고령자들은 스스로 조합을 만들어 활동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전제는 증세다. 조세 저항이 심하겠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경제 순환에 큰 악영향이 온다는 것이다. 그는 "더는 가족과 지역이 노인을 부양할 수 없기에 노인의 자살과 범죄가 늘어난다"며 "그것을 본 젊은층도 자기 방위에 사로잡혀 저축에만 매달릴 것이기 때문에, 노후 안심 보장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필수"라고 밝혔다.

폴 어빙 "한국, 전 세계 실버 산업 선도할 수 있어"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대표 저자 폴 어빙 미국 밀켄연구소 대표.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대표 저자 폴 어빙 미국 밀켄연구소 대표.

반면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엮은 폴 어빙 미국 밀켄연구소 대표는 "한국은 '글로벌 고령화'라는 전 세계적 추세 가운데서 '장수 경제'를 이끄는 리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독려했다. 높은 수준의 IT기술·디자인 등 관련 산업과 지식을 바탕으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 수출할 수 있는 장수 관련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내라는 것이다.

장수 관련 산업에 있어서 노년층의 참여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어빙 대표는 "한국은 높은 교육과 문화 레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에서 누구도 시작하지 못한 이 혁신 산업에 도전할 역량이 충분하다"며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변화, 투자 우선순위로의 설정 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미국의 저명한 노인 문제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받아 엮은 이 책은 고령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는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하나의 흐름인데,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노인들에게는 전에 없던 축복 같은 신기술과 환경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의료 기술이 발달했고 모두가 함께 늙어가는 만큼 노인을 위한 시장이 새롭게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그를 포함한 미국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의 노령층이 가난하지 않기 때문에 고령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어빙 대표는 "복지제도가 매우 탄탄하게 구축된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도 전체 금융자산의 60% 이상을 60세 이상 노인이 보유할 정도로 부유하다"고 말했다.

돈 많고, 인터넷 및 모바일에 익숙하며, 현역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득한 고령층은 실제로도 이전 세대에 비해 '젊어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유전체학·정밀의학·디지털 의료장비 등 의료기술의 개발로 수명도 많이 늘어났고, 그로 인해 20년 전 노인과 지금의 노인이 완전히 달라진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경우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일단 노인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의료 보장 시스템을 갖춘 뒤 일자리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건강한 노인을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노동이 힘든 노인을 위해서는 건강하게 늙는 것을 국가가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가 노인이 평생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문화적이고 품격있는 노인 일자리는 연령 연장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건강의 지속, 그리고 멋지게 나이 들어 가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인 개개인의 행복 차원을 넘어 이들을 경제성장의 자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어빙 대표는 "베이비붐 세대는 그 규모 자체로 핵심적 소비 집단이 되고 있다"며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노인이 점차 늘어나는 등 세상이 바뀌고 있는 만큼 고령층의 역할과 위상을 재구성하고 그들이 중심이 된 사회의 잠재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김유진 yoojin@mt.co.kr twitter

머니투데이 문화부 김유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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