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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 안 하면 안 돼요?

[웰빙에세이] 읽고 쓰고 걷고-2 / 나와 일의 관계는 행복한가?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소장 |입력 : 2016.06.20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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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 안 하면 안 돼요?

누구나 언제나 무언가를 한다. 나 또한 언제나 무언가를 한다. 그것이 주로 '읽거나 쓰거나 걷거나'다. 이 일은 내가 좋아하는 놀이다. 나를 느끼고 즐기고 꽃 피우는 노래다. 나에게 다가가고 나를 펼치는 춤이다. 나에겐 읽고 쓰고 걷기가 1순위다. 다른 일은 2, 3 순위다.

읽고 쓸 때는 머리가 일을 한다. 에너지가 위로 오른다. 걸을 때는 몸이 일을 한다. 에너지가 아래로 내려간다. 이로써 머리와 몸은 균형을 맞춘다. 한참 읽고 쓰면 몸이 걷자고 한다. 한참 걸으면 머리가 읽고 쓰자고 한다. 나는 이 리듬이 좋다. 머리와 몸이 어울려 돌아가는 삼박자가 즐겁다. 왈츠처럼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당신은 어떤가? 밤낮으로 일에 쫓기는 분에게 묻는다.

- 그 일 안 하면 안 돼요?
= 안 돼.
- 안 하면 어떻게 되요?
= 할 일이 없어.
- 할 일이 없으면 좋잖아요.
= 그럼 심심해서 못살아.
- 그럼 좋아하는 일을 하시죠.
= 그게 뭔데?

이 분은 은퇴한 뒤에도 바쁘다. 돈이 없는 건 아닌데 어떻게든 일을 벌이고 돈을 벌려고 한다. 하지만 이 분에게 삶은 지루하다. 무료하다. 일을 거두면 지루함만 남는다. 무료함만 남는다. 은퇴 전이라고 별로 다르지 않다. 직장은 좋아서 다니는 게 아니다. 일은 재미로 하는 게 아니다. 내키지 않는 일에 시달리고 집에 와서 퍼진다. TV를 켜고 뒹군다. 집사람은 잔소리만 한다. 아들은 컴퓨터만 두드린다. 딸은 스마트 폰만 만지작거린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아들과 딸은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받는 스트레스를 시시한 오락으로 푼다. 영화 보고, 쇼핑하고, 수다 떨고, 먹고 마시고, 꾸미고……. 어쨌든 심심할 틈이 없다. 내면의 나를 대면할 겨를도 없다.

지금껏 나는 이러고 산 게 아닐까? 시답잖은 일에 마음 쓰면서 휩쓸려 다닌 게 아닐까? 단 한 번도 내 안의 바다에 잠기지 못한 채. 넓고 푸른 바다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깊고 고요한 바다에서 평화롭지 못한 채. 파도처럼 철썩이고 출렁이면서. 서로 부대끼고 밀고 밀치고 아우성치고 부서지면서.

누구나 언제나 무언가를 한다고 다 똑같은 건 아니다. 나와 일의 관계에 따라 일의 질이 달라진다. 삶의 향기가 바뀐다. 같은 일이라도 내 안에서 우러나면 놀이다. 노래다. 춤이다. 나를 드러내는 예술이다. 나를 이루는 성취다. 그렇지 않으면 짐이다. 노동이다. 투쟁이다. 나를 옥죄는 억압이다. 나를 파는 장사다. 나는 어떤가? 내 일은 놀이인가? 노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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