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의인' 세월호 잠수사의 삶은 무너졌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잠수사 황병주씨(57)/사진=김주현 기자

"잘 나가는 잠수사였는데…하루아침에 백수 신세네요. 그래도 필요한 현장이 있으면 또 가야지 어떡하나요."

김관홍 세월호 잠수사 추모식이 열린 지난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벽제중앙추모공원. 황병주 잠수사(57)와 김상우 잠수사(44)는 동료를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황씨의 외투 지퍼에는 아직까지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한 시간 일찍 추모식 장소를 찾은 황씨는 "생각보다 차가 안 막혀서"라며 무심하게 말했다. 하지만 각별했던 동료를 잃은 허망함에 한동안 멍하니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암흑 속 수색작업, 매번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트라우마 심해"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펼쳤던 민간 잠수사들은 하루에도 3~4번씩 목숨을 내걸고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한번 들어가면 1시간 30분 정도를 물속에서 머물렀다. 로프 하나에 의존해 깜깜한 세월호 내부 객실까지 찾아 들어갔다. 로프에 이상이 생겨도 곧바로 물 밖으로 탈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보이지 않는 데서 오는 공포도 크다. 황씨는 "그나마 선체 밖은 10㎝ 정도 시야 확보가 가능했지만, 객실 내부로 들어가면 눈을 감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이 깜깜하다"며 "랜턴 빛으로 코앞만 비춰보며 더듬더듬 수색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번 '죽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물 안으로 들어갔다. 실종자 가족들 표정을 보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황씨에게 트라우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 참사 현장에서 돌아온 지 1년이 됐을 무렵이다. 성치 않은 몸, 아프다는 이유로 받아 주지 않는 작업 현장, 일을 구하지 못하니 깊어지는 가난에 발끝까지 다가온 생계 문제. 거기에 끝없이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까지. 황씨의 우울증은 점점 심각해졌다.


석 달 정도를 하루종일 '어떻게 죽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장소를 물색하러 다니기도 했고, '어떤 로프를 이용할까'하는 생각까지 했다. 황씨는 "당시엔 미리 유서도 써놨다"며 "동료 잠수사에게 유서를 건네주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우울증과 함께 감정 조절 장애까지 찾아왔다. '세월호'만 생각하면 눈물이 터졌다. 관련된 얘기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과의 대화 중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면 자꾸 눈물이 흘렀다. 분노조절 증상이 나타나면서 대인기피증도 겹쳤다.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고, 집 밖으로 나가는 횟수는 점차 줄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잠수사 김상우씨(44)/사진=김주현 기자

◇"잠수사 절반이 일자리 잃고 생활고 겪는다…정부에 배신감 커"
참사 당시 실종사 수색 작업을 벌였던 민간 잠수사는 25명 정도다. 정부가 발표했던 잠수 인력은 500여명에 달했지만 정작 선체 내부로 들어가 실종자 수색을 할 수 있는 가용인력은 20분의 1에 불과했다.

황씨는 그 가운데 절반 정도가 현업에 복귀하지 못한 채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무리한 수색 작업으로 인해 골괴사나 디스크 등 부상을 입어서다. 생계가 힘들어지다 보니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됐다.

김상우 잠수사는 작업을 하다 목 디스크 부상을 입어 한 달 먼저 현장을 나왔다. 객실 내부를 수색하던 중 무너지는 철판에 부상을 입어서다. 이처럼 작업이 끝난 후에도 대부분의 잠수사들이 크고 작은 질환에 시달렸다.

김씨는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후회는 없다. 같은 상황이 온다고 해도 수색 현장으로 갈 것"이라면서도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잠수사를 참사 피해자 범주에 넣지 않고 마땅한 보상을 해주지 않으니 이후의 삶이 무너져 버렸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1993년 서해페리호 침몰사고와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도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했다. 김씨는 "20년 전 서해페리호 사고에 이어 세월호 참사까지. 명확한 진상 규명 없이 다음에 또 사고가 나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며 "진상 규명과 피해자들에 대한 사후 대책이 확실하게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