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불러 300만원 자소서 특강하는 학교…입시지도 손 놓은 공교육

지난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학교에서 진학지도교사를 대상으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 설명회. 학종이 확산되면서 학교별 입시 준비 능력의 편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사진=뉴스1

#. 서울 강남구 모 학원장 겸 대학강사인 A씨는 최근 수도권부터 지방까지 일선 고교를 '순회'하며 자기소개서·소논문 특강에 나서고 있다. 강사료는 천차만별인데, 하루 3시간 기준으로 60만원부터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몰아서 강의한 경우는 최대 30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A씨는 "강의료는 개별학생의 컨설팅 등 다양한 후속조치까지 포함한 금액"이라며 "학교는 지자체의 인재육성기금을 유치하거나 학부모가 직접 부담하는 식으로 강의료를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대학 입학 정책이 급변하면서 입시 지도가 어려워진 학교들이 특강, 방과후 수업을 빌미로 사교육 강사에게 학생 관리를 떠넘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경력이 많은 강사의 경우 한번에 수백만원의 수강료를 받는다. 사교육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입시 지도에 있어 공교육 기관이 무능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자소서 작성부터 학생부 관리법까지…사교육표 입시지도 학교서 성행

28일 사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정원이 늘어난 학교생활종합기록부 중심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사교육 강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학 입시 실적에 관심이 많은 특목고나 지방권 명문 학교들은 유명 강사를 정기적으로 불러 소수의 학생에게 지속적인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대치동 컨설턴트 B씨는 "올초부터 지방에 있는 한 학교와 1년 강의 계약을 맺고 면접 준비, 자기소개서 작성법, 학교생활기록부 관리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학생부를 미리 학교로부터 넘겨 받아 어떤 활동을 하면 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지도한다"고 말했다.

강의 형태는 1회 특강에서부터 장기 방과후수업까지 다양하다. 강사들이 받는 강의료 역시 천차만별인데 최소 시간 당 10만원 내외부터 시작하는 게 관행이다. 올해 사교육계로 진출한 컨설턴트 C씨는 "학원에서 시간 당 30만~50만원의 돈을 받는다면 학교 강의료는 그 절반 수준인 15만~30만원인 경우가 제일 많다"고 말했다.


강사들은 학원에서처럼 비싼 돈을 받지는 못하지만 입시 시즌에만 원생이 몰리는 계절성, 본인 홍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불리한 조건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B씨는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종종 1~2명 정도가 개인적으로 컨설팅을 요청한다"며"홍보 차원에서 학교 수업에 나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입시 전문성 없는 교사, 공교육 신뢰 떨어뜨려

이처럼 학교가 컨설턴트를 찾는 것은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는 게 중요한 학종의 특징과도 관계가 있다. 서울 자사고의 한 교사는 "전형요소가 다양한 학종의 경우 학교별, 교사별로 입시지도 역량의 편차가 크고 학생 개인별 지도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입시에 의지가 있는 학교, 학부모들은 결국 외부인의 능력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컨설턴트는 "어떤 학교는 고 3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나는 입시 모르니 너희들이 알아서 준비하거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고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에게 '내신이나 관리하라'며 하나마나 한 소리만 늘어놓는 경우도 있다"며 "밥먹고 진학지도만 하는 나도 모집요강 하나 읽으려면 두 시간씩 걸리니 할일 많은 학교선생님들이 입시를 포기하게 되는 것도 이해는 간다"고 털어놨다.

학교가 외부 강사를 부르는 것은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탓도 한몫한다. 대형 특강에 특화된 유명 컨설턴트 D씨는 "학교 특강에 나가면 '담임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내신 관리 잘하라' 등 학교가 학생에게 들려주길 원하는 내용을 꼭 집어넣는다"며 "학교가 이렇게 뻔한 내용을 주문하는 이유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 말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학부모나 학생은 학교를 믿지못하고 학교는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사교육계 도움을 받는 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추민규 전국학원강사총연합회장은 "강사들은 학교가 맡기 힘든 입시 지도를 저가에 떠맡으면서도 학내에서는 '사교육계 인사'라는 이유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며 "학교에 진출하는 강사를 비난하기 전에 공교육의 무능함을 개선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책이 선행돼야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