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성추문서 불륜까지…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성폭행·불륜 등 '막장 드라마' 요소가 연예계를 뒤덮었다. 연일 터지는 연예계 사건·사고에 대중들도 이젠 흥미보다 피로감을 느낄 지경이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의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졌지만 이에 대처하는 연예인과 대중들의 '성숙도'가 미흡해 생긴 결과라고 지적한다.


배우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의 불륜소식은 연예계 추문의 정점을 찍었다. 사실 둘의 관계는 영화계에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증권가가 종합한 소문인 '찌라시'에도 이 둘의 얘기는 자주 언급됐다.

시한폭탄 같던 이 둘의 관계는 김민희가 출연한 영화 '아가씨'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 터졌다. 영화계에선 배우와 감독, 그리고 한국 영화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푸념했다. 현재 홍 감독 부인이 적극적으로 둘의 관계를 알리고 김민희의 언행들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매우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바로 직전엔 한류스타인 박유천이 일명 '텐프로' 여성들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4번째 피소를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를 고소한 여성들은 하나같이 박유천이 화장실에서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이른바 '조폭'과 연계됐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이 전에는 개그맨 유상무가 한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신고를 당했다. 유상무는 여자친구와의 사소한 다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건을 수습하기 위한 거짓말로 드러났다. 유상무의 여자친구를 자청한 여성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슈퍼주니어의 강인, 개그맨 이창명 등의 음주운전 사건까지 겹치면서 연예계가 시끄러웠다.


이번 사건들은 연예인들이 모두 한국사회의 보편적 윤리와 도덕을 넘어서거나 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단순히 사생활 침해나 연예인의 사소한 행실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 것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평론가인 진종훈 경기대 교수는 "연예인들과 기획사가 '유명세'와 '돈'에 치중해 연예인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을 간과하고 있던 점이 부각된 것"이라며 "기존 연예인들이 자신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이 맹목적인 성공에 집착하다보니 자신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대체로 잘생기고, 노래를 잘하고 이런 기술적 측면에 치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예인을 상품화하키고 있다"며 "연예인을 키우는 과정이 공장처럼 '시스템'화되다보니 어린 나이에 연습생부터 시작하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예인의 성공 기반이 무엇인지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진 교수는 "한류열풍까지 확산되면서 소위 '뜬' 연예인은 막대한 부와 명예를 축적한다"며 "일반 기업이 소비자들의 소비로 돈을 벌고, 그 돈의 일부에 대해선 사회적 책무를 생각하듯이 연예인들도 스스로 이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예인에게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도 있다. 황진미 문화평론가는 "공인은 공직자처럼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라 유명인(Celebrity)에 가깝다"며 "물론 범죄 행위는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겠지만 그 이상의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예인이 만들어내는 스캔들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회에 내재된 갈등요소에 대해 대중들과 함께 논의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스캔들은 대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중요한 문제와 맞닿아 있다"며 "박유천씨의 성폭행 문제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부정적 시선, 김민희·홍상수의 불륜의혹은우 간통죄 폐지와 불륜에 대한 사회적 시선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평론가는 이어 "물론 스캔들 당사자와 스캔들에 피로감을 느끼는 대중에게는 유쾌한 일이 될 수 없지만, 스캔들을 계기로 그런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