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의 단기 투자 타이밍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

한국증시가 방향성을 잃었다는 표현을 자주 듣는다. 수년째 제자리 걸음에 머무는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그 중 세가지만 정리해 보려 한다. 첫째, 기업이익의 양적 성장이 멈췄다는 점이다. 경기는 둔화돼도 물가상승을 반영해 꾸준히 상승한다. 그런데 국내증시를 구성하는 상장기업의 이익수준은 이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금융위기를 극복한 후 한국기업의 이익 수준은 양적 수준의 레벨업을 경험했다. 이 때의 레벨업 과정으로 인해 한국증시는 대외적 충격에도 낙폭에 제한되는 방패를 얻었지만, 추가적인 도약을 위해서는 한 번 더 레벨업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갖게 됐다.

IT와 자동차 등 내구재 수출산업을 보완해줄 단짝이 필요한데, 그 짝을 이루어줄 산업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한국증시의 한계는 상당 기간 해결되지 못할 숙제다.

둘째, 글로벌 경기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문제일 수 있는데, 이 문제를 기업 스스로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기업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부와 호흡을 같이 해야 하는데, 현재 정부와 기업의 관계는 공조 보다 견제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이 모습을 글로벌 투자자가 좋게 봐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셋째, 저금리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투자성향이다. 무분별한 레버리지 투자를 권장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투자 없이 성장을 바라는 것은 공부도 하지 않고 성적만 좋기를 바라는 것과 차이가 없다. 국내투자의 매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해외로만 투자시선을 돌리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권장할 만하지 못하다. 과거 일본이 해외투자에 집착하다 내수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졌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당분간 국내증시의 방향성을 찾기 힘들다면 순환적 국면에 어울리는 투자, 즉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고 누적 수익을 극대화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 타이밍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타이밍은 안전자산의 가격변화, 현재로써는 국채금리의 변화로 주요 타이밍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금리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경기가 불안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물가환경과 미국의 통화정책은 정 반대를 향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안전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때가 있는데, 이 경우가 위험자산의 단기 투자 타이밍이라고 볼 수 있다. 위험자산에 대해 투자하는 것이 아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트렌드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진입 시그널과 출구전략의 기준을 세워두는 것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