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에 대한 다른 시각, 삼성 '팔자' vs LG '사자'

최근 LG그룹이 빌딩 매입에 3000억원을 투입키로 결정, 최근 부동산 매각을 진행 중인 삼성그룹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LG가 거액을 사옥 용도의 부동산에 쏟아붓기로 한 배경에도 재계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주)LG는 지난 2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서울역 인근 STX남산타워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매매가격은 3000억원 선으로, 최종 매매 계약은 다음달 중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에 위치한 STX남산타워는 당초 STX그룹이 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고, 지난 2007년 2월 준공됐다. 지하 6층~지상 23층 규모다.

LG는 이번 부동산 매입에 대해 '사옥 용도'라고 설명했다. 자체 사옥을 보유하지 않고 세들어 있는 계열사들을 이번에 사들이는 STX남산타워에 집결시키겠다는 것.

LG 주요 계열사 중 자체 사옥을 보유하지 않은 곳은 LG이노텍, LG CNS, LG 실트론 등이다. LG이노텍은 현재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빌딩 2개층(19~20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고, LG CNS는 여의도 전경련회관 중층부 14개층(20~33층)을 사용 중이다. LG실트론은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에 서울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아직 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계열사들이 입주하게 될 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LG가 STX남산타워를 예정대로 사들일 경우, 보유 사옥 중 2번째로 가치가 높은 빌딩이 될 전망이다. LG의 투자부동산은 장부가액 기준 9335억9500만원으로, 자산재평가 등을 반영한 전체 가치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1조4562억8400만원이다.

이 중 그룹의 본부격인 트윈타워의 전체 평가금액이 8000억원으로 가장 높고, △광화문사옥(2300억원) △교바시 트러스트 타워(1970억원) △가산동사옥(1610억원) 등의 순이다. 일본 도쿄 소재 교바시 트러스트 타워에는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상사, LG이노텍, LG실트론 등 주요 계열사들의 일본 현지 법인이 입주해 있다.

LG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보유 건물을 매각했거나 추진 중인 삼성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1월 태평로 사옥을 부영그룹에 5800억원에 매각했고, 인근 태평로 빌딩도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4월 합정동 사옥을 매각했고, 5월에는 강남구 테헤란로 역삼빌딩 사옥 지분 50%를 KB부동산신탁에 넘겼다.

삼성은 고(故) 이병철 창업주의 혼이 깃든 호암아트홀을 포함한 중앙일보빌딩(삼성생명 소유)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단일사옥에 모여 있던 계열사 사업부문을 여러 곳으로 분산 배치하기도 했다.

삼성 서초사옥 B동에 있던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최근 잠실 향군타워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판교 알파돔시티로 각각 옮겨갔다. 이밖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수송동 사옥을 떠나 도곡동 군인공제회 빌딩 일부를 임차해 들어갔고, 태평로 삼성본관에 있던 리조트 부문은 용인 에버랜드 인근 사무실로 옮겼다.

재계 관계자는 "저금리·계열사 임차 비용 등을 감안해 LG가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삼성은 '실용주의'를 근거로 업무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부동산의 경우 일단 현금화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