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보육' 전업맘 "우리 아이 천덕꾸러기 될까 걱정"

종일반과 맞춤반으로 이원화하는 '맞춤형 보육'이 발표되자 어린이집과 전업맘들을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전에는 워킹맘(직장인 엄마)을 눈치주더니 이제는 전업맘(전업주부)이네요."

다음달 1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맞춤형보육을 앞두고 어린이집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가구 특성이나 어린이집 이용시간과는 관계없이 모든 원아에게 종일반(12시간) 보육료를 지원했다.

때문에 일부 어린이집은 이용시간이 짧은 전업맘 아이를 선호하고 맞벌이 부부의 아이를 기피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12시간에 해당되는 보육료를 지원받고도 7~8시간만 문을 여는 곳도 있다.

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조사한 결과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시간은 평균 8시간15분.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하는 일반적인 직장인의 경우 출퇴근 시간(각각 30분)까지 포함해 최소 9시간은 아이 맡길 곳이 필요한데 실제로 장시간 어린이집을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용인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정선씨는 "출근할 때 집 근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온다"며 "종일반이 오후 4시까지여서 4시 이후로는 베이비시터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씨는 "처음 어린이집을 등록할때부터 워킹맘을 꺼려하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음달 1일부터 맞춤형보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어린이집 0~2세반(48개월 미만 아동)을 이용하는 영아들을 대상으로 종일반 12시간(7시30분~19시30분)과 맞춤반 6시간(9시~15시·긴급보육바우처 월 15시간)을 나눠 보육료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맞춤반의 경우 정부지원 보육료는 종일반의 80%로 산정했다.

종일반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은 △맞벌이 △구직 준비 △장애인 △2명 이상 다자녀 △임신 중·산후 관리 중 △한부모·조손 가구 △장기간 입원·간병 중 △학업 △장기 부재 △저소득층·다문화 가정 등이 해당된다. 정규직이 아닐 경우를 위해 증빙 절차도 간소화했다.

전업주부의 경우 하루 6시간만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대신 별도로 월 15시간의 긴급바우처를 제공해 아이를 더 맡겨야 할 일이 생기면 이 안에서 추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15시간을 다 못 썼을 경우엔 다음달로 이월된다.

이같은 내용의 이원화 정책이 발표되자 이번엔 전업주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맞춤반 보육료를 기존 100%에서 80%만 지원하기로 하면서 당장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어린이집이 종일반 아이를 더 선호하게 될거라는 우려에서다.

28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전업주부 김재연씨는 "지금 아이를 보내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하루 3~4시간만이라도 일을 하고 웬만하면 아이를 종일반으로 맡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전업주부인 강영원씨도 "지원비 삭감으로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천덕꾸러기가 될까 걱정이다"라며 "전업주부라고 집에서 아이만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이러다 어린이집에서 워킹맘 아이만 받고 전업맘의 아이는 받지 않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맞춤형보육 자체의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맞춤형보육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보육'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맞춤형 보육을 보완하거나 혹은 아이들 등하원 시 타임스탬프를 찍고 추후에 지원금을 주는 방식, 어린이집 대신 각 가정으로 보육료를 지원하는 대책 등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