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브렉시트 D데이, 세 가지 시나리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일 코스피는 나흘 만에 하락 반전했다. 중소형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매물 포화를 맞았다.

2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5.87포인트(0.29%) 내린 1986.71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89억원, 1904억원 순매수를 나타냈고 개인은 266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중소형주 매도가 주류를 이뤘다. 이날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0.16% 약보합에 그쳤으나 중형주 지수는 0.60% 하락했고 소형주 지수는 1.37% 내렸다. 코스닥도 외국인과 기관의 집중 매도에 1.26% 낙폭을 기록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한국시간으로 24일 오전 6시에 종료되고 오전 8시30분 경에 접전 지역인 선더랜드와 뉴캐슬의 결과가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최종 결과는 24일 오후 3시에 발표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세 가지 시나리오=JP모간자산운용은 이날 브렉시트 결과와 관련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통상 잔류와 탈퇴, 두 가지 경우를 분석하는 것과 달리 JP모간은 '근소한 차이로 잔류가 결정됐을 경우'의 새로운 선택지를 추가한 것이 특징적이었다.


먼저 투표 결과 영국 전 지역에서 1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유럽연합 잔류를 선택하는 결과, 즉 '확실한 잔류'가 나올 경우 영국 파운드화의 안도 랠리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영국 주식의 반등, 특히 내수업종의 강세를 전망했다.

하지만 투표 결과가 근소한 차이로 잔류로 결정될 경우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진단했다. 52%보다 적은 과반으로 잔류가 결정되거나 지역간 엇갈린 결과가 나타난다면 파운드화의 안도 랠리가 제한적이고 영국 주식·채권에 대한 리스크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봤다.

만일 브렉시트가 가결된다면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매도가 집중되며 영국 주식, 금융 관련 업종의 성과가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존 빌턴 JP모간자산운용 글로벌 멀티에셋 전략 헤드는 "유럽연합 잔류가 근소한 표 차이로 결정될 경우 주식시장의 안도 랠리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안정성 높은 대형주가 중소형주에 비해 초과 성과를 낼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 앞두고 대형주로 '피난'=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이날 증시에서는 중소형주에 대한 차익실현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주의 약세가 차익실현 영향도 있지만 시장의 흐름이 대형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하락세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인 해는 2005년과 2014~2015년인데 중소형주의 과열이 한 해에 그쳤던 2005년과 달리 올해는 이미 2년 이상 중소형주 장세가 지속됐기 때문에 그 반작용이 클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재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가 과열됐던 2005년 이듬해에는 대형주가 뚜렷한 강세 흐름을 보였다"며 "지난해 중소형주의 과열을 뒤로 하고 올 하반기에는 대형주의 우세가 나타날 전망이다"고 판단했다.

기관 수급에서 인덱스 펀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대형주 강세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증시 큰손들이 인덱스 비중을 추세적으로 늘리는 가운데 인덱스 편입 종목은 대형주가 중소형주보다 훨씬 많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