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냐 생존권이냐" 갈등 불붙은 과천주공 7단지

재건축 과정에서 권리가액 문제로 상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 7-1단지. /사진=김사무엘 기자

지난 4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곧 이주를 앞두고 있는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 7-1단지의 상가건물에는 검정 바탕에 하얀 글씨로 '근조'라는 글씨가 새겨진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그 주위에도 "기존 상가 놓아두고 새로운 상가 지어 분양한다는 말이 웬말이냐", "상가를 죽이니 생존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등의 글이 쓰여진 플래카드가 줄줄이 걸려 있다.


재건축조합이 상가건물만 빼 놓고 재건축을 추진하자 상가 소유자들이 영업권과 생존권을 이유로 반발에 나선 것이다. 재건축 과정에서 아파트와 상가 간의 갈등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과천주공 7-1단지의 양상은 다소 특이하다.

통상 상가는 단지 입구에 배치되지만 과천주공 7-1단지 상가는 단지 한 가운데 있어 상가만 빼고 재건축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조합은 토지분할소송을 걸어 정비구역에서 상가부지를 제외시킨 후 관리처분인가까지 얻어냈다. 이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상가는 전혀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상가 관계자는 "같은 단지 안에 있는데 상가만 빼 놓고 재건축을 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조합이 우리를 고사시키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갈등은 재건축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발생했다. 소유자 별 지분이 많아 높은 사업성이 기대됐던 7-1단지는 조합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가 권리가액에 대한 서로 간의 의견 차이가 컸다. 조합에 따르면 상가 건물의 예상 감정평가금액은 약 120억원이었지만 상가 소유자들은 그 3배가 넘는 권리가액을 주장했다. 조합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상가를 제외하고 재건축을 하기로 하고 2012년 상가 부지 약 1000㎡에 대해 토지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분할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조합 설립이 한 차례 취소되기도 했지만 추진위는 2013년 말 결국 조합을 설립했고 토지분할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조합은 상가 측의 요구가 재건축을 방해하면서 과도한 보상금을 원하는 소위 '알박기'였다며 토지분할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윤규갑 조합장은 "감정평가 금액의 3배가 넘는 권리가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가 소유자 29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지인인데 사실상 알박기다"라고 말했다.

윤 조합장은 이어 "상가측에 지난해 9월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면 조합원으로 받아 들이고 같이 재건축을 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마저도 거절했다"며 "지금 시점에서 상가와 같이 재건축을 하면 사업시행인가부터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늘어난다. 분리 재건축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법상 7-1단지가 단지 한 가운데 있는 상가만 빼고 재건축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재건축 과정에서 감정평가에 대한 의견 차이로 상가와 아파트가 갈등을 빚는 경우는 종종 있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렉스아파트의 경우 상가와의 갈등으로 토지분할을 통해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고 결국 상가만 제외된 채 공사가 진행됐다. 렉스아파트는 지난해 7월 '래미안 첼리투스'로 탈바꿈했다. 강동구 고덕주공 6단지 역시 소송을 통해 상가는 제외하고 조합을 설립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통합 재건축을 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가와 주택은 감정평가하는 방식이 다르고 관리처분에서 인정하는 비율도 달라 이견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상가와 주택이 따로 재건축을 하게 되면 토지 효율성이 떨어지고 이상한 단지 모양이 될 수 있으니 서로 협의해 통합 재건축으로 가는 것이 이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