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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윌 할아버지의 마지막 파티

[이승형의 세상만사]

이승형의 세상만사 머니투데이 이승형 부장 |입력 : 2016.06.25 04:06|조회 : 37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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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마지막까지 파티를 즐겼어. 고마워요.”
66세의 윌 휘사 할아버지는 잠시 끊었던 담배에 다시 불을 붙였다.

그는 인사를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 마지막을 준비했다. 사람들은 윌 할아버지의 재치 있는 마지막 인사에 웃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윌 할아버지는 주사를 놓는 여의사의 손이 떨리자 오히려 그녀를 진정시켰다.
“괜찮아요. 나는 준비가 됐습니다.”

보름 전 일본의 한 매체가 보도한 네덜란드 노인들의 마지막 ‘장례파티’는 지극히 조용하고, 소박하다. 평생 교사로 재직했던 윌 할아버지는 정년퇴임 후 젖소를 키우며 살았다. 지난해 12월, 취미였던 색소폰 불기가 힘들어져 병원을 찾았고, 폐암 판정을 받았다. 진통제로 버티던 그는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 이를테면 벨기에로의 여행을 즐겼다. 그리고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기로 한 뒤 가족, 친구들과 파티를 열어 생애 마지막 건배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다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난다는 것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자연의 힘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마지막 길을 택한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존엄사는, 윤리 혹은 종교적 문제를 뒷전으로 하더라도 늘 논란을 불러온다.

슬프지만 정직하게도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는 언젠가는 선택지 앞에 서게 된다. 신공항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 목청껏 소리쳐도, 감독과 여배우의 은밀한 사생활에 열변을 토해도, 월세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성화에 시달려도 마지막 길은 정해져 있다. 죽음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나는, 당신은 무엇을 택할 것인가.
영화 '미 비포 유(Me before You)'의 한 장면.
영화 '미 비포 유(Me before You)'의 한 장면.
최근 개봉한 영화 ‘미 비포 유(Me before you)’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혹은 애써 잊으려 했던 질문을 던진다. 남자 주인공 윌(공교롭게도 네덜란드의 휘사 할아버지와 이름이 같다. 그리고 ‘윌’에는 ‘의지’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은 젊고, 잘 생기고, 예절 바르며, 부유하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부모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귀여운 여인이 있다.

하지만 그는 치명적인 사고로 평생 고통을 짊어져야 할 장애를 갖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난다는 건 가슴이 터져버릴 만큼 힘든 일이지만 그는 담담히 마지막을 준비한다.

하버드 의대 교수 아툴 가완디는 자신의 베스트셀러 ‘어떻게 죽을 것인가’ 서문에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인용한다.
‘마흔다섯 살의 이반 일리치는 갑작스런 사고로 병을 얻게 되고, 극도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공포에 휩싸인 채 산다. 그러나 의사, 친구, 가족 그 누구도 죽음이라는 주제를 용납하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일리치에게는 가장 큰 고통이었다.’

책에서 가완디는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고,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리게 되면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의 도움과 동정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적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간의 논쟁을 거친 ‘존엄사법’이 2018년부터 시행된다. 가족의 동의가 있을 경우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중단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늦은 감은 있지만 유교 사상에 뿌리를 둔 우리 정서상 이 만큼도 큰 진전이다. ‘소극적 존엄사’ 수준이지만 정작 중요한 건 수준의 차이가 아닌 것 같다. 영화 ‘미 비포 유’가 이것을 정확히 짚어준다. 떠나기 전 윌은 역설적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인생은 한 번이에요. 최대한 열심히 사는 게 삶에 대한 의무라고요.”
그렇다. 끝을 알면 지금이 소중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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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lsy4972  | 2016.06.25 21:46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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