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여파'…원/달러 환율 4년9개월만 최대폭 상승

브렉시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24일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급등(원화 약세)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된 2011년 9월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29.7원 오른 1179.9원에 마감했다. 일일 상승폭은 남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된 2011년 9월26일(29.8원) 이후 4년9개월 만에 가장 컸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개표 초반 ‘잔류’ 기대감으로 1150원대에 형성되던 원/달러 환율은 오후 12시를 넘어 개표결과가 ‘탈퇴’로 기울자 급격히 상승했다.

오전 10시경 1150원 초반대였던 환율은 12시30분경 사실상 브렉시트가 결정됐다는 전망이 나오자 장중 118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불과 2시간 만에 1150원대에서 1180원대로 30원 가량 급등한 셈이다.

브렉시트로 영국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자 파운드화는 장중 한 때 전거래일 대비 10% 이상 급락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엔화 수요가 몰리면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엔대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엔화를 제외한 주요국 통화는 달러화 대비 큰 폭의 약세흐름을 나타냈다.

전거래일과 비교해 원화 2.5%, 유로화 3.0%, 파운드화 8.2%, 호주 달러화 2.1%, 싱가폴 달러화 1.5%, 대만 달러화 0.9%, CNH(중국 역외위안화) 0.8%,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1.1%, 태국 바트화 0.6%, 필리핀 페소화 0.9%, 말레이시아 링깃화 2.4% 각각 절하됐다. 엔화는 전거래일 대비 2.2% 절상됐다.

원화가 대폭 절하된 가운데 역으로 엔화가 대폭 절상되자 원/엔 재정환율은 급등했다. 이날 오후 3시 마감가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152.58원으로 전거래일 대비 53.75원 뛰었다. 원/엔 재정환율은 장중 한때 100엔당 1170원을 넘어서면서 2013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여파로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나타난 외환시장 불안에 대해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포함한 시장 안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영국 등 주요국 당국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영란은행(BOE)은 시중 유동성 공급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본은행(BOJ)도 추가적인 통화완화 대책을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은 브렉시트에 따른 대외 불안요인으로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내주 초반 원/달러 환율이 1175~1185원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지만 달러 매수세와 증시 상황에 따라 1190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