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새벽 깨운 포성… 3년의 동족상잔 시작되다

6.25 전쟁으로 피폐해진 한반도./사진=전사편찬위원회

…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火山)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姿勢)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시인 박봉우 '휴전선' 중)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한 휴전선에서 시인 박봉우는 울었다. 무심한 꽃이 휴전선 가운데 뿌리를 내렸다. 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기 전의 일이다. 박봉우는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대립과 적대감을 극복하기 위한 변화를 촉구했지만 전후 체제는 7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4시쯤 38도선을 넘은 북한군이 기습 공격을 개시했다. 고요한 일요일 새벽을 깨운 포성은 이내 시민들의 비명소리와 뒤섞였다. 1953년 7월 27일까지 약 3년간 이어지는 동족상잔의 비극, 6·25 전쟁이 시작됐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야욕의 각축장이 된 한반도
6·25 전쟁의 발단은 해방 이후 시국과 맞물려 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 선언과 함께 광복이 찾아왔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미군과 소련군이 분할 진주하게 되면서 국토가 분단됐다. 일본군 무장해제 등 전후 처리가 주둔 목적이었다.

같은 해 12월 16일 미·영·소련의 주도로 모스크바 3국 외상 회의가 열렸다. 외상 회의에서 한반도에 임시로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고, 이를 위해 미소공동위원회를 설치하며, 최고 5년 기한으로 미국·영국·소련·중국 4개국이 신탁통치를 실시할 것에 결의한다.


이듬해 3월 임시민주주의정부 수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소 공동위원회가 열렸다. 하지만 반탁과 신탁 세력을 두고 미국과 소련 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공동위는 1947년 5월부터 무기한 결렬됐고 좌우 대립은 극심해졌고, 양측은 본격적으로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된다.

6·25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은 소련의 비호를 입은 김일성의 한반도 공산화 계획이다. 1950년 4월 김일성은 박헌영와 함께 모스크바에 가서 스탈린에게 남한 침공 계획을 승인받고 무력 지원을 약속받는다. 1949년 6월 주한 미군 철수, 1950년 1월 미국 국무부장관이 미국 극동방어선에서 한국과 대만을 제외시킨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애치슨 라인 선포는 김일성의 무력통일 야욕에 기름을 부었다.

1949년 초부터 본격 전시체제에 돌입한 북한군은 6월 25일 38도선 전 지역에서 총 공격을 단행한다. 이전에도 38선 인근에서 크고 작은 군사 충돌이 있어와서 사람들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북한군은 파죽지세로 국군을 밀고 내려와 전투가 시작된 지 사흘 만에 수도 서울을 점령한다.

인천상륙작전 당시의 모습./사진=전사편찬위원회

◇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전투
미국은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긴급 소집하여 북한의 무력공격은 평화를 파괴하는 ‘침략행위’라고 선언하고, 북한의 전투행위 중지와 군대를 38선으로 철군시킬 것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렇게 7월 17일 한반도에 UN군이 투입됐다.

8월 13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 일대에서 막힘없이 남진하던 북한군과 이 지역 방어를 담당한 국군 제1사단이 마주친다. 다부동 일대는 ‘최후의 보루’로 대구 방어에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국군은 55일간 필사적으로 북한군 3개 사단의 집요한 공격을 막아내고 이들을 격퇴시켰다. 이 전투는 6·25 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로 꼽힌다.

9월 15일, 허를 찌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맥아더 장군의 지휘 아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을 거두며 UN군의 반격이 시작됐다. 9월 28일 UN과 국군이 서울을 재점령했으며 10월 1일 국군이 38선을 넘었다. 국군의 날은 이 날을 기념하며 지정됐다.

국군이 38선 이북을 넘어 압록강까지 진격하자 위기감을 느낀 중국이 11월 중공군을 투입했다. 인해전술을 내세우며 내려오는 중공군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던 유엔군은 동부전선에서 12월 24일 흥남철수를 단행한다. 1951년 1월 4일엔 정부가 수도 서울에서 철수한다. 이후 38선 중심으로 전선이 형성되며 1951년부터 1953년까지 지리한 공방 전투가 이어진다.

1951년 6월, 소련의 제의로 휴전협상이 시작됐다. 포로 문제 등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맞물려 교착상태에 있었던 휴전협상은 1953년 3월 5일 스탈린이 사망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다.

유엔측 정전협정단의 모습/사진=국가보훈처 블로그

◇ 기이한 전투의 정지…그리고 기이한 분단의 시작
"27일 상오 10시 정각, 동편 입구로부터 유엔 측 수석대표 해리슨 장군 이하 대표 4명이 입장하고, 그와 거의 동시에 서편 입구로부터 공산 측 수석대표 남일(南日) 이하가 들어와 착석하였다. 악수도 없고 목례도 없었다. ‘기이한 전쟁’의 종막다운 기이한 장면이었다…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전’이지 ‘평화’가 아니라는 설명을 잘 알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곳이 우리나라인가’ 이렇게 의아해한다. 그러나 역시 우리가 살고 죽어야 할 땅은 이곳밖에 없다고 순간적으로 자답하였다"

1953년 6월 27일 휴전협정 조인식에 참석했던 고(故) 최병우 기자는 ‘기이한 전투의 정지’라는 제목의 기사로 당시 상황을 그렸다. 이날 유엔군 사령관과 공산군(북한군과 중공군) 사령관 사이에서 휴전 협정이 이뤄졌다.

3년 1개월간에 걸친 지루한 전투를 중단한 남과 북은 지금까지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남북 대치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60만 장병들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대비해 국토를 수호하고 있으며 안보는 중요한 정치 의제 중 하나로 꼽힌다. 이산가족들은 60년 넘는 세월동안 38선 너머의 가족을 그리고 있다.